앞으로 대학들은 학부 체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것을 학과 단위로 모집할 수 있게 되고, 학년도 시작일·만료일 규정이 폐지돼 9월에 대학 학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또 사립대처럼 국립대도 정부의 승인 없이 원하는 단과대학과 학과 등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며, 학사와 석사 학위 과정을 통합한 학위 과정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총장간 간담회에서 “대학의 발목을 잡는 제반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과부는 학생모집 단위 규정, 학년도 시작일 및 만료일 규정, 국립대 하부조직 변경 관련 규정, 보직교수 임기제 규정, 학위과정 설치 관련 규정 등을 올해 안에 우선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따른 대학가의 변화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학부제 규정 없애 대학 자율로 학생 선발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교과부는 학생모집 단위에 대한 규정을 없애 대학별 실정에 맞게 모집단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행 학부제 관련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학들은 학과 및 학부의 특성에 따라 개별 학과 단위로도, 학부 단위로도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학문의 특성,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교육부 승인을 얻어 개별 학과 모집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각 대학들은 1995학년도부터 학부제 도입을 본격화했다.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특정 인기전공에 학생들이 편중되고 일부 비인기 전공은 고사 위기에 몰리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 특히 개별학과 모집이 아예 금지돼 있었던 국립대의 경우 “개별학문의 전문성, 특수성을 무시한 모집단위 광역화는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며 학부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교과부가 오는 6월까지 관련 법령 개정을 마칠 계획인 만큼 대학에 따라서는 당장 2009학년도부터 개별학과 모집이 가능하지만, 2009학년도 입시안이 이미 발표된 점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2010학년도부터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학ㆍ석사 통합학위…9월 학기제 허용
학위운영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석ㆍ박사 통합 학위과정 설치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학ㆍ석사 통합 학위과정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석ㆍ박사 통합 학위과정이 최소 3년이므로 대학에 따라서는 7~8년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학년도 시작일 및 만료일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현재 법령에는 대학의 학년은 매년 3월1일 시작해 이듬해 2월 말 끝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이 없어지면 대학들이 학기 시작일, 만료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돼 대학 자율에 따라 4학기제, 5학기제가 가능해지고 미국의 경우처럼 9월에 학기를 시작할 수도 있게 된다.
국립대 운영과 관련한 규제 역시 한층 완화키로 했다.
현재 국립대는 단대 및 처ㆍ실ㆍ과 등 하부조직을 국립학교 설치령(대통령령)에 따라 제한받고 있어 조직운영의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조만간 설치령을 개정해 예산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부조직을 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2년으로 돼 있는 부총장, 대학원장, 단대 학장 등의 임기제 규정을 없애는 등 국립대 인사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교수 채용ㆍ자격기준 규정 폐지는 `지속 검토'
교과부는 대통령령만 개정하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당장 6월까지 규제를 없애기로 했으며 고등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올해 안에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들이 건의한 것 내용들 중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부터 시행키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규제완화의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로 한 분야 중에는 법령에 규정돼 있는 교수 채용 및 자격기준을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의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규정돼 있는 교수 채용 절차 및 기준, 고등교육법의 교수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폐지 또는 완화해 교수채용 문제를 완전히 대학 자율로 맡기자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으로도 교수 채용은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어 학력 등에 관계없이 특정 분야의 경력이 인정되면 무학력자도 교수로 채용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다만 교수자격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학력, 경력 등의 기준, 세세한 채용절차 및 임용심사 방법 등이 별도 제시돼 있는데 그런 규정 자체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수 자격 등 문제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앞으로 교수자격 기준 완전 폐지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 총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대학자율에 대한 정부 방침은 (총장) 여러분의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거기에 부응해 대학의 변화도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자율화 정책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새 정부는 한결같은 목표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