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맛, 범람하는 영상과 비주얼의 기세에 압도당한 동시대의 예술 풍조 안에서도 서정을 길어 올리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고, 그 길어올린 언어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양병호 전북대 교수의 서정비평서 ‘거울 언어와 별빛 사색(인간과문학사·1만6,000원)’은 현대인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인을 응원하는 책이다.
양 교수는 인지시학(cognitive poetics) 방법론을 원용하여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방식으로 한국 현대시를 고찰한다. 그가 안내하는 ‘서정비평’은 기존 비평이 지니고 있는 고답성, 전문성, 현학성을 극복하고 현대시를 읽는 즐거움을 제공해 감성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사랑과 증오, 희망과 고민, 결정과 포기, 기대와 단상에 마치 자신의 일인 마냥 공감하며 올라탈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시인이 과학, 자본, 물질, 탐욕과 맞짱 뜬 영혼의 투쟁기이다. 그의 일이란 존재와 세상이 갈피 잡을 수 없는 나날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는 시인과 시로써 마주하는 일이다. 그는 “시인이 수확한 조촐한 시편이 잔뜩 주눅 든 쓸쓸하고 외로운 방랑자에게 설핏 위안이자 격려가 되길”희망한다.
양 교수는 “시인은 삶의 본질과 세계의 궁극을 냉철하게 표상하기 위하여 언어를 ‘거울’처럼 투명하게 닦는데 골몰한다”면서 “그 거울 언어가 삶과 세계의 진실을 선명하게 재현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인은 부박한 세계의 어둠을 거세하기 위하여 정신을 밤하늘의 ‘별빛’처럼 맑게 정화하는데 몰입한다”며 “그 별빛 사색이 쓸쓸한 존재의 고독과 소외를 위무하기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양 시인은 전북 순창 출생으로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인지시학에 관심을 가지고 ‘시와 인지’(역서), ‘인지시학의 실제비평’(역서), ‘한국 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등을 출간했다. 이 외에도 시집 ‘구봉서와 배삼룡’, ‘스테파네트 아가씨’ 외 다수와 ‘시여 연애를 하자’, ‘몽상과 유랑의 시학’ 외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