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에서 평생을 학자로 사셨던 선친의 발자취가 모교에 영원히 남아 기억되길 바랍니다.”
우리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가와 불가, 도가를 섭렵한 한국 신흥종교 연구의 대가로 추앙받고 있는 심천(心泉) 이강오 선생(1920~1996). 그가 남긴 업적과 학문적 발자취를 모교에 아로새기기 위해 그의 후손과 생전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나섰다.
심천 선생의 아들인 이용재 전북대 재경동창회장이 선친을 기리기 위해 전북대와 가칭 ‘심천학당’을 건립키로 하고, 27일 이남호 총장을 찾아 5억 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것. 선친이 수행한 평생의 자취를 모교에 남기고 싶어 했던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용재 회장은 “평생 선친의 연구 업적에 대해 자녀로서 큰 존경심을 가졌었는데, 전북대 개교 70주년을 맞아 아버지의 발자취를 모교에 남길 수 있어 매우 뿌듯하고 기쁘다”며 “부친의 많은 업적들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후세에도 길이 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주강씨 별좌공파 지행당 종중과 올 2월 퇴임한 양균의 교수(기계공학과)도 각각 1천만 원씩을 내놓아 심천학당 건립에 힘을 보탰다.
진주강씨(晉州姜氏) 별좌공파(別座公派) 지행당 종중은 전주 호성동에 위치한 집안 제단인 지행당(趾行堂)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이강오 교수의 당시 고증이 큰 힘이 됐다는 점을 감사히 여겨 기탁에 동참했다.
이 지행당은 영조8년(1732) 전라감사 이수항의 주청으로 국가에서 ‘지행당’이라는 당호를 내려주고 국비로 건립한 학당이다. ‘지행’은 조상의 어진 발자취를 길이길이 이어가라는 뜻으로서 이는 지행당 강서린(姜瑞麟)선생이 선친인 졸암(拙庵) 강해우(姜海遇)선생 등 선대의 학문과 덕행을 이어받아 지역사회를 계도하고 몸소 실천하는 실천궁행의 모범을 보여 그 시대의 귀감이 된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지행당 강서린 선생의 외손이자 우리대학 기계공학과 교수로 36년간 재직한 양균의 교수 역시 이강오 선생에 대한 평소 감사함을 이번 기금으로 대신했다.
심천학당은 우리대학이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 일환으로 추진하는 큰사람교육개발원 겸 한옥 정문 옆에 전통학당 양식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심천 이강오 선생은 1950년 우리대학의 전신인 전주 명륜대학 경학과(經學科)에 입학해 유학(儒學)을 공부해 1952년 전북대로 개편될 때 철학과로 편입학했다. 1954년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고, 1958년부터 철학과 교수로 한국사상과 한국철학을 강의하다 1985년 정년퇴임했다.
한국철학과 향토문화, 신종교 등의 분야에서 학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한국의 신흥종교에 대한 실태 파악과 개념 정립, 계통과 지역 분류 등의 연구를 해방 이후 한국 신종교 연구에 하나의 큰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천 선생은 1967년 우리대학에 ‘신흥종교연구소’를 설립, 신흥종교 현장을 직접 조사해 340여 단체를 13개 계통으로 분류했고, 이와 관련한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1970년대 들어 이 종교들을 지역별로 분류한 논문을 『한국민속조사보고서』에 발표하는 등 대한민국 신흥종교를 집대성했다.
심천 선생의 연구 업적은 일제강점기 이후 처음으로 신종교 전반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는 점과 특정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실증적으로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연구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