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록을 통한 현대사 재구성’을 목표로 현대일기의 발굴과 복원,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SSK 개인기록과 압축근대연구단(책임연구원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교수)은 1년여의 작업을 거쳐 『금계일기』 1, 2권(1937-1970)을 출간했다.
『금계일기』는 충북 청주시 옥산면 금계리에서 태어나 일생을 교육에 바친 곽상영(郭尙榮, 1921-2000) 선생이 64년 동안 꼼꼼히 적어온 기록이다. 지난해 초에 선생의 가족으로부터 일기 기록을 건네받은 연구팀은 2년 계획으로 일기를 읽고 입력·해제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그 1차성과를 이번에 출간하게 되었다. 이후 30년간의 일기는 다시 1년 동안의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연구단은 지난 4년 동안 전북 임실의 『창평일기』(전4권, 1969-1994)와 경북 김천의 『아포일기』(전5권, 1969-2000)를 입력·출간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한국 근대화 시기의 농민 생활사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연구 5년째를 맞아 개인기록 자료의 범위를 농촌에서 도시로, 농민에서 지식인, 노동자, 여성 등으로 점차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금계일기』는 이러한 연구 범위 확대의 첫 번째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간행된 『금계일기』는 충북 옥산면 금계리에서 태어나 일생을 교육계에 몸담은 곽상영의 일기로, 저자가 16세이던 1937년부터 세상을 떠난 2000년까지 약 64년 동안 자신의 일상과 학교생활, 그리고 학교와 연결된 지역사회의 실정 등에 대한 느낌과 경험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1941년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후, 1987년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약 46년간을 줄곧 초등학교에 재임한 교사였다. 촘촘히 제본한 백지나 학생용 공책 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기장에 자신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한 『금계일기』는 특히 저자의 교사로서의 생활과 10여명의 가족을 거느린 가장의 삶이 중심 주제를 구성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말, 교사로서의 첫발을 디딘 그의 일기에는 제국주의지배 정책 속에서의 학교의 모습에서부터 해방, 전쟁, 그리고 혁명과 쿠데타를 겪는 1960년대의 격동기를 거치는 시기의 학교교육의 변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방 이전의 일기에서는 군국주의체제 강화를 위한 이념 교육에 동원되는 학교와 그 속에 낀 한국인 교사의 무력감이 드러난다. 해방 직후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학교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유지들을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하는 교사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950년대의 전쟁과 전쟁 이후의 복구시기의 학교의 모습, 1960년대의 격동기에 각종 정치행사와 일정에 동원되는 학교와 학생, 교사의 모습을 통해 이 시기 학교교육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한편 그는 10명의 자녀와 부모, 손아래 형제들까지 약 15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금계일기』는 10여명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한 가장이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견디며 헤쳐 나온 팍팍한 삶의 경로를 선명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일생을 소작인으로 살아온 가난한 부모 밑에서 절약과 내핍을 내면화하며 성장한 저자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뿐 아니라 아우들의 교육과 혼사까지 책임져야 했다.
박봉의 교사인 그는 10여명의 자녀와 아우 모두를 청주로 보내 중고등학교를 마치게 하고, 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사연과 우여곡절을 일기에 세세하게 기록하면서 그는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금계일기』 1, 2권의 기록은 한 지식인이 체험한 한국사회의 작은 역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