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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소멸, 재정 쏟아붓기론 안 된다… 민·관·시민 융합 ‘제4섹터’가 해법[인문사회 R&D 성과로 여는 미래]

    • 전북대학교
    • 2026-06-29
    • 조회수 84

    지방소멸, 재정 쏟아붓기론 안 된다… 민·관·시민 융합 ‘제4섹터’가 해법[인문사회 R&D 성과로 여는 미래]

    최근 국가 R&D 예산이 과학기술 중심으로 편성되는 구조 속에서 인문사회 분야 지원 규모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와 예측 불가능한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성찰하는 인문학적 통찰과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사회과학적 연구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그 기술을 수용하고 이끌어갈 인간 중심의 가치 체계와 사회적 제도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와 함께 한국연구재단의 ‘2026 인문사회 국민체감형 연구성과 공모전’ 우수 연구 성과 당선작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최첨단 AI 기술과의 융합 속에서 인문사회학이 어떻게 미래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그 생생한 연구 현장을 집중 조명한다. 또한 이번 기획을 통해 국민이 삶에서 체감하는 인문사회 R&D의 학술적·사회적 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나아가 국가의 균형 있는 학문 발전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적·재정적 지원 확대 및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임을 환기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사회과학(정책/문제해결형) 최우수 연구팀 - 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

    :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한국형 제4섹터 활성화 연구’

     

    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이 공주시장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

    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이 공주시장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수도권 기초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약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인구 유출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위기에 새로운 개념으로 정면 도전하는 연구팀이 있다. 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연구책임자 김종법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다. 그들은 공공도 시장도 아닌 제3의 길로 ‘제4섹터(4th Sector)’ 모델을 제시하고 지방소멸을 구조적 관점에서 재개념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공공도 시장도 아닌 제3의 길”… 제4섹터란? = 김종법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크게 두 축으로 움직여 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제1섹터(공공)가 재정을 투입하거나, 제2섹터(시장)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비영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3섹터(시민사회)도 거론돼 왔으나, 세 섹터 모두 각각의 한계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진단이다.

     

    연구팀이 이 세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거버넌스 ‘제4섹터’에 주목하게 된 것은 기존 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깨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방소멸의 기본적인 관점은 인구학적 접근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라는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소득 불평등에서 자산 불평등을 넘어 이제는 극심한 지역 불균형 단계로 진입했음에도, 기존의 대응은 현상적인 인구 수치에만 매몰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심의 시각에서 쓰이는 포괄적 단어인 ‘지역’ 대신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는 비수도권 문제를 ‘지방소멸’과 ‘지역 양극화’로 개념화한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공공성과 수익성, 시민 참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혁신 조직·기업·공동체가 지역의 자생력을 지탱하는 핵심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제4섹터’로 정의했다. 로컬크리에이터, B Corp 기업, 사회적경제 조직, 지역 기반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제4섹터의 필요성은 지방 시민사회가 마주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자생적 활동의 기반이 일부 마련되고 청년들이 유입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지방 현장의 이장단, 부녀회, 청년회 등 혈연·지연 중심의 공고한 기득권 구조를 깨기 어려웠다”며 “이 지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역 경제계, 기존 지역 공동체 조직, 새로 성장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함께 융합해 상생하는 영역으로서 ‘제4섹터’ 모델을 도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기존 연구들이 저출생 수치나 인구 유출 통계 등 현상에 집중했다면, 연구팀은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해 지방소멸을 구조적 관점에서 재개념화했다. 지방소멸을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 붕괴, 경제·노동시장의 질적 후퇴, 산업 기반의 구조적 전환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현상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탈리아·스페인·일본·스웨덴·EU 등 이미 축소사회를 경험한 국가들의 사례를 횡단적·종단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화천군·강진군·공주시·서산시 등 소멸 위기 지역의 지자체장·정책지원관과 제4섹터 현장 조직을 대상으로 다년간 심층 인터뷰와 표적집단면접(FGI)을 수행했다. 여기에 자연어 처리 기반 의미 네트워크 분석과 계량경제학적 패널 데이터 분석을 더해 정성·정량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했다. 분석 결과, 지방소멸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지역에서는 공공·시장·시민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거버넌스, 즉 제4섹터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것이 ‘지방소멸 위기 대응 회복지수’다. 지역별 소멸 위험 수준을 정량화하고, 제4섹터의 분포 밀도와 사회적 자본 수준을 반영해 지역 자생력을 종합 평가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공간정보 기업 EGIS의 3차원 피지컬 AI 클라우드 플랫폼에 탑재돼 행정 실무자가 관할 지역의 소멸 위기를 공간 단위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외 특허도 출원된 상태다.

     

    김 교수는 “EU의 국제 협력 진흥 사업인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축소 지역 관련 글로벌 위기 지수 구축도 추진 중”이라며 “현재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에서 사용 중인 기존 지방소멸지수 등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산시의장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산시의장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전대 글로벌지역문화연구소 SSK지방소멸연구팀)

    ■ 연구실에서 현장으로… 지자체 정책 반영 확산 =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학술 성과가 실제 지역 행정에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화천군·강진군·공주시·서산시 등 4개 지자체 시장·군수 및 정책지원관을 대상으로 공식 정책 자문을 수행했으며, 해당 지자체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계획과 지역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에 반영됐다. 단편적인 인구 유입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정주 여건 개선과 결합된 제4섹터 중심의 대응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학술 저서 성과도 상당하다. 《지방소멸 시대의 청년정책과 생활정치》, 《지방소멸과 사회적 경제》,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 《지방소멸과 도시재생》, 《지방소멸 위기 대응 회복지수》 등 총서 시리즈를 출간해 일선 행정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이 창간한 학술지 《제4섹터와 지역》은 2025년 한국연구재단 KCI 등재후보지로 선정됐다.

     

    지역 현장과의 소통도 지속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라이콘(LICORN) 기업, 장수기업 등과 함께 지방소멸 대응 정책 월례 간담회를 운영하며, 현장 기반 정책 수요를 발굴하는 산·학·연 협력체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현장 간담회 활동만 100건을 넘겼다.

     

    연구팀은 모델의 확산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천·강진·공주·서산 4개 지역에서 쌓은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는 농촌 기본소득 정책 실험이 진행 중인 청양군·정선군·연천군 등으로 정책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 모델로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 재정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제안이 준비 중이다. 연구팀은 매년 약 1조 원 규모로 배분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기초지자체 투자계획 평가 항목에, 연구팀이 개발한 제4섹터 역량 및 회복지수를 공식 정량 지표로 편입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 중심의 재정 투자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적 자본 확충과 자생력 강화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팀은 향후 학술적 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문제 해결형 연구’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한다. 오는 7월 민선 9기 지방의회 출범에 맞춰 새로 선출된 시·도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공약과 연계한 구체적인 지역 맞춤형 ‘조례 제정’을 위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해 실천적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 교수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2%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지방의 현실을 온전히 반영한 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지방 정책은 지방에 있는 연구자와 실천가 중심으로 정책적 수렴을 할 수 있는 방식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방소멸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짓거나 가로등, 보도블록 등을 교체하는 데 사용돼 문제가 되고 있다”며 “지방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저희 연구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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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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