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영어교육과 박재영 교수가 19세기 영문학의 중요한 두 작품인 죄인의 고백과 아버지와 아들을 국내 최초로 완역·출간했다. 이번 번역은 영국 문학사의 핵심 텍스트를 한국어 독자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번역된 『죄인의 고백』은 스코틀랜드 작가 제임스 호그의 대표작으로, 1824년에 출간된 이후 오랜 시간 재평가를 거쳐 오늘날에는 초기 심리소설이자 현대적 불안과 분열된 자아를 선취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은 종교적 광신과 예정설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도덕적 책임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동일 인물의 정체성 혼란과 ‘또 다른 자아’의 등장이라는 설정은 훗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영향을 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문학사에서는 고딕 소설과 심리적 리얼리즘을 잇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영국 비평가이자 작가인 에드먼드 고스가 1907년에 발표한 자전적 회고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종교적 엄격함과 개인의 지적·정서적 성장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독실한 복음주의자였던 아버지와 과학과 문학에 눈을 뜨며 독립적인 사유를 형성해가는 아들의 관계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 회고를 넘어,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가 겪은 신앙과 과학, 전통과 근대성의 충돌을 집약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내면의 목소리’와 ‘자아의 형성’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죄인의 고백』이 종교적 광신 속에서 왜곡된 자아를 탐구한다면, 『아버지와 아들』은 억압적 신앙에서 벗어나 자율적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비는 19세기 영문학이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번 번역은 한국 독자에게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이들 작품은 일부 학계에서만 부분적으로 소개되었을 뿐, 일반 독자가 온전히 접하기 어려웠다. 박 교수의 번역은 원문의 문체와 사상적 깊이를 살리면서도 현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 고전 텍스트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종교, 개인,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는 두 작품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번역자인 박재영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과 영화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초·중등 영어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다. 또한 마빈 피셔 도서상, 윌프레드 페렐 기금상, 전북대 평생지도교수상, 온라인 Best Teacher상 등을 수상하며 학문적 성과와 교육적 기여를 동시에 인정받아 왔다. 그는 이미 샬럿 대커, 제시 포셋, 엘런 글래스고, 윌키 콜린스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문학 텍스트를 꾸준히 소개해 왔다.
박 교수는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내면과 신념, 그리고 사회적 억압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오늘날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읽을거리”라며 “한국 독자들이 이 작품들을 통해 영문학의 폭과 깊이를 새롭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영문학 고전의 지형을 한국어 독서 문화 속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