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실대학, 강제 폐교’ 법안소위 첫 통과
이보람 기자 최민지 기자 2025.02.21 00:19
영남권의 A대학은 지난해 교육부의 사립대재정진단 결과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돼 올해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10년 넘게 ‘경영부실’ 판정을 받은 이 대학은 교직원 임금도 74억원가량 체불했다. 참다못한 교수들이 2022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A대학 같은 부실 대학의 퇴출을 촉진하는 법률 제정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교육부가 재정 부실 대학에 대해 경영진단을 거쳐 학생모집정지·폐교·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부실 대학 퇴출의 법적 근거 등이 담긴 법안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후 네 차례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산장려금’ 등 퇴출 유도 방안에 “비리 사학에게 퇴로를 제공한다”는 반대가 거세 번번이 무산됐다. 해산장려금은 법인 청산 이후 남은 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돌려주는 돈이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학구조개혁’ 사업 등을 통해 부실 대학을 진단하고 이들의 퇴출을 유도하려 했으나,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구조개혁에 실패했다.
22대 국회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문정복 의원이 해산장려금 지급 내용이 들어간 법안을 냈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안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어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었다. 이날 법안소위는 해산장려금의 명칭을 ‘해산정리금’으로 바꾸고, 권고사항이었던 교직원·학생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의무규정으로 변경했다.
교육위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면서 어떻게라도 부실 사학이 제 발로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학 입학자원인 만 18세 인구는 2015년 66만명에서 지난해 43만명으로 30%가량 급감했으나 같은 기간 대학 입학 정원은 75만명에서 68만명으로 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법 제정·시행까지는 교육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있다.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김명환 전국교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9일 국회 공청회에서 “현재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막대한 돈을 챙겨갈 대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법안소위 통과에 “폐교·해산시 학내 구성원들이 겪는 부작용과 상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발을 뗀 것”이라며 “연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람·최민지 기자 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