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꽃다발을 들고 가족들과 활짝 웃고 있는 ‘졸업 사진’을 보며 1년도 안돼 후회하게 될 줄은….
이명진씨(25·가명)는 1년째 ‘취업준비생’이다. 지난 2월 지방의 한 국립대를 졸업한 그는 번번이 취업에서 낙방하고 있다. 이씨는 “몇 달 있으면 후배들이 졸업하게 된다. 졸업 후 1년 동안 취업에 실패한 내가 후배들과도 경쟁을 하게 된다는 뜻”이라며 “이제는 영영 취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다니던 대학은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졸업유예’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취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졸업을 택했다. “졸업을 미뤄봤자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일 뿐 취업을 준비하는 것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 생각했다.
지난 13일 지방의 한 국립대학 졸업유예생이 학교 안에 설치된 취업정보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 강현석 기자
이씨는 그때의 선택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경험해보니 취업 시장에서 졸업생은 ‘상대적 약자’라는 것이 이씨의 결론이었다. “많은 기업이 공모전 참여 자격을 ‘대학 재학생’으로 제한해 졸업자는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먼저 입학했지만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학교에 남은 선배가 재학생 신분으로 공모전에 입상한 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보면서는 정말 후회를 많이 했다”면서 “졸업생인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턴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 이씨는 “내가 입사하고자 했던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분야는 인턴을 채용한 뒤 성과를 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인턴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대학생’이나 ‘졸업예정자’로 제한됐다”면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으면 (취업의) 빠른 길을 갈 수 있지만 그 기회는 재학생들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기업의 인턴 모집 공고라도 뜨면 지원 자격부터 살펴보게 됐다”는 이씨는 “기업들이 졸업을 하고 난 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6번이나 취업에 실패한 이씨는 졸업생도 시험을 통해 합격할 수 있는 ‘공기업’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씨는 도서관에서 토익 점수를 높이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며 취업 스터디에도 가입했다.
“ ‘졸업유예 제도가 있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된 부모도 ‘그렇게 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는 이씨는 “취업하지 않은 후배가 있다면 ‘학교에 남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