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학구조조정안은 교육부가 나서서 일류 이류 삼류 대학을 분류해 학벌서열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정원감축에 매몰되기 보다는 비리사학을 우선 퇴출하고 장기적으로 대학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대학구조개혁 방향과 대학체제 개편의 장기 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 대학구조개혁안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한편 교육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차원의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의원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평가를 통해 대학을 5개 그룹으로 나누고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대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배상훈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연구팀장(성균관대 교수)과 윤지관 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장(덕성여대 교수)이 기조발제를 맡았다. 패널로는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 김재훈 대구대 교수협의회장, 박순준 사교련 이사(동의대 교수협의회장),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조희연 민교협 공동대표, 강홍준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배상훈 교수는 2020년 이후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고등교육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검토하고 있는 박근혜정부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설명했다. △2015년부터 절대평가를 통해 대학을 1등급(최우수), 2등급(우수),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매우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분류 △대학 소재·특성에 따른 정성평가 도입 △ 등급에 따른 특성화 지원·정원감축 투트랙 전략이 골자다.
배 교수는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대학사회의 공감을 호소했으며, 정부와 국회에는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특별법(가칭)’ 입법을 비롯해 대학법인 퇴출 경로 마련 등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윤지관 교수는 “모든 대학이 절대평가를 통해 등급을 나누고 특성에 따라 정성평가한다면 정책적 판단과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가 나서서 학벌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며 “정원감축 때문에 구조조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10년 이상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협의회장은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대학은 경영이 부실한 대학이 아니라 비리대학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퇴출하는 법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준 교수협의회장은 “사립대의 운영 투명성을 증대시키려는 노력부터 수반돼야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가능하다”며 “총장 선출절차 투명화를 비롯해 대학평의원회를 심의·의결기구로 격상하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학사구조조정 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민교협 공동대표는 “대학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성평가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학벌 서열구조 때문에 백약이 무효할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학벌중심체계를 혁파하기 위해서라도 전국 국립대학 10개를 통합네트워크로 만든다든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이나 준공립대학을 확장하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이 퇴출된 뒤 피해를 받게 될 구성원에 대한 후속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윤지관 교수와 임재홍 교수는 “퇴출된 재단이 떠난 사립대 교직원과 학생은 공영 사립대학으로 전환해 편입하거나 주변 국공립대가 흡수하도록 하는 법령을 마련하는 방식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