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대학을 평가해 5개 등급으로 나누어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서는 강제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혁을 실시하는 주된 이유는 ‘2023년에 고교 졸업생이 40만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56만명인 대학정원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대학들이 정원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시각 자체를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대학입학 자원을 ‘고교 졸업자’에 국한하고 있다. 지금은 평생교육 시대이다. 대학입학 자원은 고교 졸업자를 비롯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 지역주민, 주부, 군인, 외국인 등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선진국은 정시제(full time) 학생보다는 시간제(part time) 학생이 훨씬 많다. 나이도 25세 이상 학생이 대부분이다. 우리같이 한 학기에 20학점을 꽉 채워 듣는 학생은 적다.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입학정원을 정리해 줄 필요가 없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평가인증제’가 이미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대학들(전문대학 포함)은 고등교육법(제11조)에 명시된 대로 평가인증을 받고 있다. 평가인증은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기준을 명시한 제도이다. 평가인증을 받아야지만 정부에서 각종 행·재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평가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대학구성원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해야지만 받을 수 있다. 평가인증제가 인증을 ‘받은 대학’과 ‘못 받은 대학’으로 구분하고 있다.
둘째, ‘정보공시제’가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정보공시제는 대학이 갖고 있는 각종 주요 지표들(취업률, 교수확보율, 학생충원율 등)을 사회에 ‘정직하게’ 밝히는 제도이다. 수험생은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련 정보를 확인한 후에 입학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산업체도 대학의 각종 주요 정보를 살펴 취업 추천의뢰와 산학협동을 추진한다. 정보공시제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과 ‘지원하지 않는 대학’으로 갈라놓고 있다.
셋째,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정책이 대학사회를 구조조정하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서 각 정부부처는 복잡한 포뮬러(공식)와 지표를 통해 대학을 평가해 막대한 규모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국고지원을 ‘받는 대학’과 ‘못 받는 대학’으로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국고를 받기 위해 교육여건 개선 노력을 경쟁적으로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갖가지 제도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또다시 대학을 등급 매겨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서두른다. 예전 정부에서도 대학을 구조조정하겠다고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산학협력중심대학 등으로 나누었다.
또한 두뇌한국(BK)21사업 대학, 교육개혁 우수 대학, 특성화 대학, 지역 거점대학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본질적으로 구조조정되지 않았다. 대학사(大學史)를 살펴 볼 때, 정부의 개입으로 대학이 개혁된 성공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것은 고등교육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만 해주면 된다. 더 이상 교육시장에서 버티지 못하는 대학에는 스스로 퇴출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면 된다.
대학은 지성인이 모인 곳이다. 대학을 소고기 등급 매기듯이 해서는 안 된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지성인을 존중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