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 속에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가을학기 개강과 함께 취업박람회를 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부스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등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여전한 실정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국내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우수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 등 170여 개 기업이 참가한 취업박람회 현장에는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 북적였다. 특히 8개 부스가 마련된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대기업 부스의 경우 상담을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맞은편에 자리잡은 중소기업 부스의 경우 드문드문 학생들이 찾을 뿐 회사 관계자들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오늘 오전부터 상담을 받은 사람이 고작 7명”이라며 “취업난이 심하다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온도차는 심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삼성, 대한항공 등 대기업 부스에는 수십 명이 몰려 길게 줄을 섰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부스는 좌석이 텅 빈 상태였다.
대기업과 벤처기업들로 취업박람회를 꾸린 서울대 역시 대기업 부스에는 많은 인원이 몰린 데 반해 벤처기업 부스는 채용 담당자들만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취업준비생들에게 회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박람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소장은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별 관심이 없고 참여 기업들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들에) 박람회에 참여하라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주요 대학 취업박람회에는 예년과 달리 우수 국내 인재를 노린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취업박람회에는 일본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외국계 기업이 학생들에게 자사 채용에 대해 설명했다. 한 일본계 기업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3∼4년 전부터 한국 학생들이 일을 능동적으로 잘할뿐더러 창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며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취업박람회에도 외국계 기업 10여 곳이 본사에서 직접 직원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채용 과정에 대해 설명했고 학생들의 관심도 높았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인 오세훈(27) 씨는 “영어 등 어학능력에 자신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외국계 금융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어학능력과 데이터 분석능력 등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니 자신감도 생기고 꼭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