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정도 따라 재정지원 못 받고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받지만, 부실 개선되면 그룹서 제외돼
"앞으로 학생수 급격히 주는데… 스스로 문 닫는 기회 열어 줘야"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총 4단계로 진행된다. 전체 대학 가운데 경영 상태가 부실한 하위 15% 대학이 매년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다.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 중에서 부실(不實) 정도가 심한 대학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그보다 더 심각한 대학은 '경영 부실 대학'으로 각각 지정된다.
올해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35개 대학은 내년에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기존에 진행해온 사업과 새로 시작하는 교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학교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이 35개 대학 중에서 '2014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14개 대학의 경우,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단 해당 대학이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입학한 재학생들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부실이 더욱 심각해 '2014년도 경영 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9개 대학에 내년 입학하는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 제한은 물론이고 국가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영 부실 대학에 다니는 신입생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도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4단계. 경영 부실 대학 중 상황 개선되지 않는 대학 퇴출 6교.
교육부는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9월 4일에 앞서 이처럼 부실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에게 올바른 대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따라서 부실 대학 명단 발표가 대학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원 감축·개혁해 부실대 '탈출'
올해 부실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학사 관리 및 교육과정 등 9개 지표로 판정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재학생 충원율(25%)이다. 그 밖의 지표들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에 각각 다른 비율을 적용했다.
지난해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던 43개 대학 중 절반 이상인 26개 대학이 올해 불명예를 씻었다. 이들 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과 장학금 지급률 등을 높여 지표를 개선했다. 예컨대 국민대는 장학금을 올해 77억원 증액하고, 전임교원 확보율을 16.2%포인트 높이는 자구책을 썼다. 세종대는 장학금 지급률을 전년도 15.5%에서 23.5%로 올렸고 취업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했다. 김포대는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교육비를 40%포인트 가까이 늘렸고, 세명대는 총장이 직접 대학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구조개혁의 칼을 들었다. 전남도립대는 등록금을 29.5% 인하하고, 입학정원을 20.3% 줄이는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서 벗어났다. 이들 대학은 내년에 정부로부터 다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학 구조조정 더 속도 내야"
부실이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돼 '경영 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9개 대학은 정부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면서 학과와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대학 사정이 나아지면 '경영 부실 대학' 그룹에서 벗어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전체 340여개 대학(전문대 포함) 가운데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당한 대학은 아시아대·건동대·명신대·선교청대·성화대·경북외대 등 총 6개 대학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의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의 속도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학년도에 대학 총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지고, 이후에도 학생 인구는 계속 줄어 대학들이 점점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측된다. 천세영 충남대 교수는 "정부는 부실 대학이 스스로 문 닫고 퇴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며 "관련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