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그제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허용해주던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17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건물·부지·교원·수익용 재산 네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자동 인가되던 대학설립이 내년부터 재정·학사운영계획 심사까지 통과해야 가능해진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폐지한 것은 돈벌이 수단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부실 대학을 막기 위한 조치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대학정원이 우리 사회의 인력수급 상황과는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설립을 마구잡이로 허가한 결과, 1996년 264개였던 국내 대학은 17년 만에 337개로 불어났다.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20%를 웃돈다. 2018년에 이르면 고교 졸업생은 약 55만명, 대학 정원은 57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수년 뒤에는 모든 고교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사회의 인력수급 상황은 어떤가. 대졸자 10명 중 4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백수로 지낸다. 반면 산업현장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그 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눈이 높아진 대졸자가 스스로 실업의 길을 택한 측면이 강하다. 잘못된 대학정원 정책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인력낭비 사태를 낳고 있다.
차제에 국가 인력수급에 맞춰 대학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단행돼야 한다.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일은 일차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다. 사학법인에 대해서는 스스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사학법인의 자산매각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