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이 주요한 국정과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한민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정책수단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좋은 정책, 효율적인 정책은 많으나 균형발전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일부의 저항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둔감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국가건 개인이건 발전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국가 발전의 기본요소가 됐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성장과 복지를 대립적으로 규정하며 대결했으나, 이러한 논리도 이젠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성장과 복지가 상호보완적 관계임은 상식이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진보한 것이다. 수도권 중심주의 또한 구시대적 논쟁거리다. 윗목과 아랫목이 골고루 따뜻해야 구들장이 제 기능을 다하는 것처럼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성장,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와 불균형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임을 인식한 것은 다행이다.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지역인재 육성과 지방대학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환영할 만하다. 방향이 옳은 만큼 다양한 정책수단들이 신속하게 입법화되어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지방대학 발전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들의 공통된 취지는 지방과 수도권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려는 것이다.
이들 법안은 현재의 격차를 초래한 원인인 불공정한 경쟁구도와 대학 간 수직적 서열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법안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지방대학의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고 취업에서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대학 육성정책이 불공정하고 수도권 대학이나 수도권 대학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능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채용이 지방에 의무적으로 할당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역사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수도권 중심주의 때문에 현재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학생 개인의 능력이 학교의 서열 앞에 무기력하게 묻혀버리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법안들이 담고 있는 일부 특례조항은 불공정했던 과거의 관행에 대한 보정장치에 불과하다.
특혜와 불공정 경쟁구도의 결과로 나타난 지방대학의 현실은 심각하다. 2011년 기준 수도권 대학의 일반 편입학 충원율은 92.4%로 지방대학(49.6%)의 약 2배에 달한다. 지역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의 예산지원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다. 지방대학은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교수 1인당 연구비 등 교육과 연구 여건도 서울 소재 대학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2011년 기준 대학생 1인당 정부지원액은 수도권 대학이 지방대학의 1.6배에 달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액은 29% 늘어난 데 비해 수도권 대학에 대한 지원액은 40% 증가했다.
지방대학 육성은 불공정하거나 역차별 정책이 아니다. 불공정과 역차별을 늦게나마 교정하려는 국가적 노력의 시작이다. 출발선을 조정해 공정한 경쟁과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지방대학을 육성해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