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졸업생 취업 저조 등 이유… “자구노력 않고 극단 처방” 비판
한남·배재·목원대 등 대전지역 9개 대학은 지난 3월6일 오후 대전 중구 대흥동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에서 ‘연합교양대학’ 개강식을 열고 인문학 중심의 강의를 시작했다. 여기서는 매주 화·수요일 ‘인문학의 향기’라는 제목의 인문학 강좌와 ‘대전의 재발견’이라는 과목명의 지역학 강좌가 열리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대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수강할 수 있는 이 강좌를 통해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살려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 중 상당수 사립대들은 ‘졸업생의 취업이 안된다’ ‘신입생 모집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인문학 관련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남대는 최근 교무위원회를 열어 인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과인 철학과와 독일어문학과 등 2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은 2개 학과를 폐지한 뒤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이들 2개 학과는 졸업생 취업률은 물론 신입생 충원율·등록률 등 학사 구조조정을 위해 적용한 지표가 다른 학과에 비해 낮아 폐과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남대는 지난해 ‘학과(전공) 통폐합 및 정원조정 규정’을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이들 2개 학과를 선별한 뒤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앞으로 이들 2개 학과 관계자들은 학과를 통합한 새 학과의 설립계획을 수립, 교무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대학 측은 “2개 학과가 낸 통합 학과 신설계획이 교무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새로운 학과가 생기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5개 단과대 56개 전공을 5개 단과대 53개 전공으로 줄이기로 한 배재대는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등 인문학 분야 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대학은 또 시인 김소월을 배출한 ‘간판학과’인 국어국문학과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통합, ‘한국어문학과’를 출범시켰다.
목원대 역시 대대적인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 등 인문학 관련 2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내년부터 중지하기로 했다.
대전대는 지난해 철학과를 폐과하고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학은 당시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의 통합도 단행했다.
2005년 국어국문학과를 문학영상학과로 바꾼 건양대는 지난해 이 학과를 아예 없애버렸다.
한남대가 철학과와 독일어문학과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대전지역에서 독립된 형태의 철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곧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지역 사립대학들이 취업률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지표에 연연해 인문학 분야 학과를 대거 통폐합하는 데 대해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나 학과 관계자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인다면 인문학 분야의 학과도 살아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각 대학들이 폐과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남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 대학 프랑스어문학과의 경우 교수와 학생 등의 노력으로 2012년 87.9%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교내 전체 학과 가운데 상위에 오른 바 있다”며 “인문학 관련 학과도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면 취업률이나 충원율을 높여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