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그 방향의 적절성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일자리·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서 "창의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융합형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대학은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및 ICT와 결합하여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여야 한다.
대학이 이와 같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으려면 먼저 창조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전 정부의 불합리한 결정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시간에 쫓겨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내린 획일적 규제는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수정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박사과정에 대한 자체조정 불허방침이다.
일부 정치인, 국회 청문대상 고위공직자, 방송계 인사들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논란과 부실한 학사관리가 사회문제화되자, 지난 정부는 임기말에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석·박사과정 정원의 자체 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술개발 및 연구인력 양성이 시급한 신산업 분야는 박사과정 정원을 늘리고 그 대신 사회적 수요가 충족된 전통산업 분야의 석·박사과정 규모를 줄이도록 하는 기존 제도를 사전예고나 유예기간도 없이 폐지한 것이다.
상상력·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 중요
이 규제는 신성장 분야의 연구역량을 약화시켜 창의와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 어려워진다. 또한 대학원 고급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인 'BK21+' 사업단 선정과 관련하여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향후 7년간 총 3조 3143억원이 투입되는 'BK21+' 사업단을 선정할 예정이다. 각 대학에서는 별도의 위원회, 사업팀 등을 꾸려 치밀하게 사업을 준비해왔는데, 박사과정 신설이나 자체조정 증원이 불가능한 대학들은 선정에 불이익을 받을까 불만이 대단하다.
그러므로 박사과정 진입 규제는 1~2년간 유예하면서, 대학별, 학문분야별로 해당교수진의 연구실적, 박사과정 지원자수 및 충원현황 등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차등적인 정원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편 지난 정부는 2014년부터 모든 학문영역에서 학술지 등재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몇 개의 우수학술지만 집중 육성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학술지에 관한 평가제도는 전세계적으로 SCI와 같이 획일적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이공계와 국가별로 학문적 특수성이 중시되는 인문·사회계가 확연하게 다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경우, 그 동안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제도가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제도로 인해 소외 분야, 신생 학문 분야 그리고 서울 외 지역에서 발행되는 등재 또는 등재후보 학술지도 다른 저명 학술지들과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의 다양성이 확보되었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는 2014년부터 학술지 등재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고, 작년 말 인문·사회·예술분야 1200여 종의 학술지가운데 5종의 우수학술지만을 선정하였다.
학문 다양성 저해하는 결정 재검토해야
인문사회계에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가 독자적으로 발전하면서 상호 연계·융합하여야 창의와 혁신이 증진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장원리를 내세워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결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현행 학술지 등재제도와 우수학술지 지원을 당분간 병행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대학과 학계가 자연스럽게 질적 평가로 나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획일적으로 족쇄를 채우게 되면 대학에서 창의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양성이 어려워진다. 대학과 학문 분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고등교육정책이 펼쳐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