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한 연구실에서 단독 연구로 세계적 결과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
대학들 융합연구·산학연구 활발하게 추진
대학 강의실과 연구실이 급변하고 있다. 이공계 수업에 동양사·철학 등 고전 서평 쓰기 수업이 도입됐다. 영화·광고와 정보통신 분야를 융합한 '문화공학' 수업이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기업과 학교가 산업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커리큘럼을 같이 짜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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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이다. 서로 별개의 영역이던 과학·기술 분야와 예술분야가 합쳐서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고, 하나의 학문은 쪼개져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학과 간 벽은 점점 낮아지고, 산업체와 대학 공동 연구가 활발해졌다.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더이상 특정 학문이 단독으로 문제해결의 돌파구 역할을 해낼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 2009년 융합연구를 국가 과학기술 발전 6대 전략의 하나로 두고,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예술 융합교육(STEAM)' 강화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대학들은 지금 융합 연구, 산학(産學)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오늘의 애플사가 있게 된 것은 인문학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교수는 "이제는 어느 한 연구실에서 단독 연구로 세계적인 결과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한국 대학들의 융합·산학연구 현장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렸다.
가톨릭대는 융합 연구를 위해 바이오팜(BioPharm)과 디지털 콘텐츠 등 두 가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건국대는 최근 '소셜에코텍 인스티튜트'(Social Eco-Tech Institute)를 세웠다. 인문사회과학·문화예술·첨단 과학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개념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광운대는 기업·학교 간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 'STP', LG전자 'LG전자-광운대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은 큰 인기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인 광주과기원(GIST·지스트)은 전공 간 융합 연구와 산학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노바이오재료전자공학과, 의료시스템학과 등을 개설해 특성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문학과 예술 등 인문학에 강점을 보여온 동국대는 최근 영화에 사용되는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을 통해 융복합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국대가 추진하는 특성화 융복합 연구 주제는 CT(문화공학)이다.
명지대는 150개 기관과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연구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바이오그린 21사업', 21세기에 맞는 한옥을 개발하는 '첨단도시개발사업',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우장춘 프로젝트'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대는 올 초 나노입자연구단을 꾸리고,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대 100억원씩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2004년 나노 입자 양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현택환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산학협력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산학협력 관련 노하우를 이용해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음악과 디자인 그리고 기술 등을 접목한 '예술적 융복합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학문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원대는 환경청정기술연구센터와 전자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 신뢰성혁신센터 등에서 산학협력의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세종대는 나노기술을 활용해 만든 신소재, IT를 기반으로 한 건축 기술, 바이오 기술(BT)과 IT를 결합한 의학 기술 등 융복합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신촌캠퍼스, 원주캠퍼스, 인천 송도캠퍼스와 세브란스병원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멀티캠퍼스 구축을 통해 융합학문을 추구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반월·시화에 지어진 '스마트허브 산학융합본부'를 통해 대학과 기업의 양방향 교류에 나선다. 180여개 기업 연구소가 들어설 산학융합본부를 활용해 학생들은 현장경험을 쌓는다. 한세대는 3월 개관할 '영산비전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영산비전센터에는 연구자료가 집약된 스마트 시스템 도서관과 국내외 학자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외국인 학생이 사용하는 기숙사가 들어선다. 한양대는 올해 1학기부터 매주 수요일(에리카 캠퍼스는 목요일)을 '융합교육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에는 기초필수과목 편성이 금지되며 타 전공 교과목 등을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