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야심 차게 시작됐던 의과학자(MD-PhD) 육성지원사업이 5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올해 신규 의과학자 과정 학생을 올해 아예 뽑지 않기로 했다. 예산도 점점 줄면서 사업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기초과학 박사학위를 갖고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들을 한다. 임상의학과 기초과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이다.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해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하랄트 주르 하우젠 박사가 바로 의과학자다. 덕분에 자궁경부암은 백신이 개발된 유일한 암이 됐다. 이처럼 수십 년 전부터 의과학자를 양성해온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는 의과학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의전원에 의학교육(2년), 자연과학이나 공학교육(3년), 의학 교육(2년)을 받는 고난도 의과학자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연구장학금을 합해 1년에 약 2,00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시행 초기인 2008, 2009년 각각 52, 54명의 학생이 진료하는 의사가 아닌 연구하는 의사가 되겠다며 이 과정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갑자기 지원 학생을 크게 줄였다. 2010년엔 단 3명, 2011년과 지난해엔 각각 19명, 10명만을 선발했다. 급기야 올해는 신규 선발 계획조차 없다. 2008년 10억 원으로 시작해 해마다 10억 원씩 늘던 예산이 2011년 19억6,200만원으로 확 깎이더니 올해는 10억6,000만원으로 더 줄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는 기존 의과학자 재학생만 지원하기도 빠듯하다. 실제로 지난해 2학기엔 지원금이 학생마다 14%씩 삭감돼 이만큼을 소속 학교가 메워야 했다. 의과학자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에선 정부가 시작한 사업을 학교에 떠넘긴다며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애초에 정부가 의과학자 과정을 의전원 확산 유도책으로 시작한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의전원을 운영하다 2010~2011년 의대 체제로 되돌아간 학교에 대해서는 신규 의과학자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학교는 전국 8곳(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뿐이다. 당초 교과부는 의과학자 과정 활성화를 위해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학교에 대해선 인원을 늘린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기존 의과학자 과정 재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과학자 과정 4년차인 한 학생은 "의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가적인 시스템을 기대하고 일생을 건 선택을 했는데 너무 허탈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