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이 같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특히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비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측면에서 전환기의 지역 대학이 꼭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가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 다트머스 대학 총장 시절 털어놓은 이야기가 있다. 2005년 졸업생들이 6년이 경과한 2011년에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를 조사했더니 40%가 졸업 시점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기초 소양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대학은 기초 학문 분야, 특히 인문학의 소양 교육을 통해서 다변화하는 사회구조와 기업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저학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바탕으로 전공에 대한 심화 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 적응할 수 있는 수용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인문학을 포함한 기초 학문의 이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융·복합 관련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전인적인 교육을 대학이 책임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대학은 기업과 조직·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와 실제로 대학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첫 번째 숙제다.
또 하나의 숙제는 대학의 지역성과 관련된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금싸라기 땅인 루스벨트 섬의 18만5000㎡를 99년간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고 1억달러를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전 세계로부터 우수 대학 유치 제안서를 공모하여 2012년 그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승자는 코넬대학과 이스라엘 테크니온대학의 컨소시엄이었다. 본 캠퍼스에는 향후 30년을 목표로 미래 핵심 분야에 280명의 교수와 2500명의 대학원생을 수용하는 교육 및 연구개발의 허브가 구축될 것이다. 세계의 금융업무 및 무역 중심인 뉴욕시가 지역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대학 유치를 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의 지방정부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고급 인력의 공급 창고인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진 뉴욕시마저 인재 중심의 지역 발전 정책을 선택하였다면 우리나라의 지방에서는 그 필요성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 출신의 고급 두뇌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산업발전과 혁신을 견인해야 하고 그 시작은 대학 연구실로부터 비롯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연구실은 단순한 R&D의 장(場)이 아니라 지역 산업 발전을 이끌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 하나하나가 지역 산업체와 함께 인력을 육성하고 신기술을 개발하여 강소(强小)기업 육성의 창구가 되면 국가적 산업 혁신과 고용촉진·경제성장이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다. 이것이 전환기 지역 대학이 풀어야 할 두 번째 숙제다.
역대 정부들이 국가 균형발전을 중요한 목표로 선택하고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실천하기 위한 뒷받침은 부족하였다. 이제 정부와 지역 대학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인재 양성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위주로 발전 전략을 옮겨야 한다. 지역 대학 기반의 혁신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야 명실공히 인재를 바탕으로 한 지역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지역 대학·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전략의 중심에 서 있는 지역 대학들의 이해와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