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상 유사하면 '빨간불' - 98개 대학 130만개 자료 DB화
작년 것 살짝 변형해도 잡아내… 표절 확인 땐 불합격·입학 취소
전북 A대학은 올해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자기소개서들을 모아 표절 여부를 가리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에 입력했다. 그러자 곧바로 한 학생의 소개서가 지난해 경기 지역의 한 대학에 제출된 소개서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떴다. '언어는 그 어떤 학문에 비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영향력이 크다'는 문장에서 주어만 바꾸어 '한약은 그 어떤 학문에 비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영향력이 크다'로 고친 소개서였다. A대학은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온라인상에 떠도는 자기소개서를 베꼈다고 진술을 받았다.
앞으로 이 학생처럼 자소서를 표절하면 불합격 처리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1일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유사도가 5%를 넘으면 표절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유사도 검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자기소개서 표절·대필 심각
최근 대입 수시모집에 제출된 자소서와 교사추천서 가운데 표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는 자소서 대필(代筆) 사이트와 블로그 등이 성행하고 있고, 일부 대입 컨설팅업체는 자소서를 대신 써 주고 수십만원의 사례비를 받고 있다.
대교협은 앞으로 대학에 지원한 자소서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서로 비교한 후 유사도가 높은 자소서를 제출한 학생은 불합격시키겠다고 밝혔다. 대교협이 구축한 시스템에는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전국 98개 4년제 대학의 자소서가 모두 입력돼 있다. 98개 대학에 지원한 모든 수험생의 자소서를 입력하고 자소서 간 가장 유사한 자소서를 뽑아내 그 유사도를 판정하는 것이다.
대교협 측은 "지난해 입력된 45만개의 자소서에 올해 자소서까지 포함하면 자료가 3배 이상 늘어나 검증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옐로 등급 받으면 불합격
앞으로 표절 의심 자소서는 유사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뉘게 된다. 유사도 30% 이상은 레드(Red·위험), 5~30%는 옐로(Yellow·의심), 5% 미만은 블루(Blue·유의) 등이다. 이 중 레드·옐로 등급으로 판정되면 해당 대학에서 본인 확인과 심층 조사 등을 진행하고, 표절이 확인되면 입학 취소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올해 정시 입학사정관 전형부터 이 원칙이 적용된다.
대교협 김병진 입학지원팀장은 "레드나 옐로의 경우 표절 가능성이 70% 이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런 경우 대부분 불합격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술강사나 컨설팅업체 대필 자소서도 적발될 수 있다. 대교협은 "학원에서 대필할 경우 유사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으로 대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