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리 대만 국립중앙대 교수 - 박영범 직능원장 대담
한국 대학 '연구'만 내세워 국가 자원 낭비하는 셈…하위권大 전문성 키워야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오른쪽)과 조지프 리 대만 국립중앙대 석좌교수가 9일 청년 실업의 해법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제공
“청년 실업을 해소하자며 대기업을 억누르고 중소기업을 키우는 건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게 만드는 악수(惡手)다.”(조지프 리 대만 국립중앙대 경영대 석좌교수)
“대학들도 산업 수요에 맞는 특성화를 해야지 모두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간다는 건 국가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한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인재개발(HR) 전문가인 조지프 리 대만 국립중앙대 교수와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청년 실업의 해법이 ‘기업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선진화’와 ‘현장 중심형 교육’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대만은 유교적인 전통이나 정보기술(IT) 중심의 급속한 산업화 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0년대부터 대학 수가 급격히 늘었고, 그 결과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양산되는 고통도 함께 겪고 있다. 두 사람은 9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직능원 개원 15주년 기념 국제 세미나에 앞서 청년 실업 해소 문제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리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22년간 노동경제학을 가르쳤고 1997년부터 대만 국립중앙대에서 연구하며 부총장을 지냈다.
▷조지프 리 교수=한국과 대만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타격을 선진국에 비해 덜 받은 반면 고학력자 실업이 많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진 1990년대 이후 배움을 중시하는 유교 사상을 배경으로 대학이 너무 많이 설립된 것이 큰 원인이다. 대만의 대학 수는 1990년 116개에서 작년 165개로 늘었고 한국도 같은 기간 250개에서 350개로 증가했다.
▷박영범 원장=경제 구조가 대거 배출되는 고학력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만큼 빨리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청년 실업을 낳고 있다는 점도 서로 비슷하다. 한국에선 특히 젊은이들이 대기업에만 가려고 하는 것이 청년 실업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리 교수=중소기업을 발전시키려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 위주인 대만에서도 고학력 청년 실업은 똑같다. 대만의 우수한 젊은이들은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해외로 나가고 있다. 대만은 오히려 중소기업으로만 구성된 산업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더 이상 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이 이뤄진 한국의 산업 구조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더 유리하다.
▷박 원장=대학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 대학들이 ‘연구’를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세계적인 연구 역량이 있는 대학은 20개도 안 된다. 산업 현장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학생들을 좋은 직장에 취업시킬 수 있다.
▷리 교수=대만 젊은이들도 당연히 사무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학에 가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하위권 대학 졸업자들을 고졸자와 별 차이 없이 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부가 할 일은 이런 하위권 대학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박 원장=취업한 젊은이들도 끊임없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