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는 10월 5일 19대 국회 개원 후 처음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대학 구조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12일 본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신학용 위원장(민주통합당)을 제외한 23명의 의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의원이 8명에 달했다. 대학 등록금이나 국가장학금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인 의원도 7명이나 됐다.
특히 비리 재단 복귀로 비판을 사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개편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원들도 눈에 띈다. 최근 서류조작 문제로 사회문제가 된 입학사정관제 또한 의원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위 국정감사는 다음달 5일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진행된다. 5일과 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국감을 시작으로 11일에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평생교육진흥원, 한국장학재단, 사학진흥재단, 대교협, 전문대교협에 대한 감사가 예정돼 있다. 15일부터는 지역거점 국립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다.
◆ 여당서도 대학 구조조정 문제점 제기= 이번 국감에서는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강은희·박인숙·이에리사·유기홍·박홍근·우원식·유은혜·이용섭 의원 등이 교과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주목된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일률적 평가는 잘못됐다고 본다”며 “대학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량지표 9~10개로 전국의 대학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단 뜻이다. 그는 “일률적 평가보다는 해당 대학의 특성을 살리는 평가로 다양한 대학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쪽에선 비판의 강도가 더하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부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히면서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사실은 학교 당국이 운영을 잘 못해서 재정지원·대출제한 대학이 된 것인데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 차이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가장학금 확충을 통해 소득 7분위 이하 계층의 실질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의원들도 국가장학금 틀 안에서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을 제기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의원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명목 등록금을 아예 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국가장학금 갖고는 학생·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해 명목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류조작 논란 입학사정관제 도마에= 현 정부의 대표적 대입 개혁정책인 입학사정관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혜자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교육이 오히려 계층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입학사정관제는 상류층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쉬운 대표적 입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입학사정관제 등 현 정부의 대입정책이 계층·지역 간 격차를 고착화 시켰다는 주장이다.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도 “입학사정관제를 대폭 개선해 내실화 시켜야 한다”며 “이번 국감을 앞두고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비리 재단을 대거 복귀시킨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논란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박혜자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사분위가 사학비리로 물러난 재단 관계자들을 대거 복귀시키고 있다”며 “사분위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립적 인사들을 사분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군현 의원은 5년간(2008~2012년) 약 8000억 원이 투입된 WCU(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사업을 살펴보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실제로 해외 석학을 초빙해 제대로 연구성과를 냈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워낙 예산이 많이 들어간 사업이기 때문에 성과와 한계를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인숙 의원과 유기홍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에도 초점을 맞춘다. 박 의원은 로스쿨을 통해 배출되는 변호사 공급 과잉 문제를, 유 의원은 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교육기회 균등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 의대 증원·신설 문제도 거론될 듯= 18대에 이어 19대에서도 교과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상희 의원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 공공의료 수요에 부응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여건을 갖춘 대학에 의대 신설을 인가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른 비판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정진후 의원 등 주로 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정진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의 교육용재산을 수익용재산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줬는데 문제가 많다고 본다”며 “지금도 대학의 재정운영에 대해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는데 너무 무분별하게 풀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19대 국회 교과위원 가운데는 새 얼굴이 많다. 18대에 이어 교과위에 그대로 배정된 의원은 김세연·서상기·황우여·김상희·유성엽·이상민 의원 뿐이다. 강은희·민병주·박성호·박인숙·이에리사·박혜자·박홍근·유은혜·정진후·현영희 의원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이다.
그러나 초선 의원 중에는 눈에 띄는 경력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 민병주 의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정부 출연연 연구원의 처우개선과 이공계 기피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박성호 의원은 창원대 5대(2007~2011년) 총장을 지냈다.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용인대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박혜자 의원은 호남대 교수 출신이며, 박홍근 의원은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공동대표를 지냈다. 정진후 의원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다.
새 인물이 대거 등장한 19대 국감이 매년 파행으로 '불량 상임위'란 불명예를 안은 교과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