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건국대 교수
제자 3명과 밤 시간 쪼개 개발 "왕따 폭력은 공동체의 책임… 많은 사람 관심과 참여 필요"
학창 시절 문제아였던 현직 교수가 왕따 폭력 예방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내놨다.
건국대 국제학부 이영환(54) 교수는 지난 2일 '폭력 없는 우리 학교'라는 앱을 만들었다. 누구나 왕따 폭력 현장을 담은 글이나 사진을 위치 정보와 함께 앱에 올리면 지도에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그는 "정보의 위치 정보와 폭력 종류 등을 종합하면 특정 지역이나 학교별로 어떤 종류의 폭력이 주로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고교 시절 이른바 '문제아'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수업을 듣다 도망쳤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가발을 쓰고 술집에 들어간 적도 있다. 어머니가 학교를 찾아와 교사들에게 빌고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성적이 나빠 대학 진학도 못 했다. 그는 "열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5남매 키우려고 바쁘게 다니시다 보니 나는 혼자 지낸 적이 많았다"며 "자꾸 엇나갔지만 속으로는 누군가 잡아주길 바랐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3년을 취직도 하지 않고 '백수'로 지냈다.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내다 문득 자신 때문에 매일 울며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며 '이렇게 살지 말자'고 결심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하는 무료 전산교육을 받고 고졸 직원으로 KIST에 입사했다. 이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2년간 배웠다. 26세 때 미국 시카고로 갔다. 돈이 없어 어학원 대신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며 영어를 배웠다.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다가 일리노이대로 편입했고, 컴퓨터 공학으로 석·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미국에서 IT벤처를 운영하다가 5년 전 건국대에 부임했다.
이영환 교수가 자신이 만든‘폭력 없는 우리 학교’앱을 구동해 보이고 있다. 이 앱은 학교 폭력 현장을 담은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지도에 표시해주고, 지역별·학교별로 어떤 종류의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지 파악해 맞춤형 대응을 하게 해준다. /건국대 제공
지난 7월 그는 제자 3명과 함께 앱 제작에 들어갔다. '공동체 구성원이 과거 대가족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초 왕따 폭력으로 인한 학생들 자살 사건을 보면서 '왕따 폭력은 교사나 부모, 학생뿐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2004년 입양한 막내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이미 중·고생인 두 자녀를 뒀던 이 교수 부부는 입양을 위해 '부모 교육'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칭찬이나 야단치는 방법 등 부모의 역할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키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아이들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왕따 폭력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과거 대가족 시절에는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로부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회화 과정을 배웠는데, 핵가족 시절에는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인 제자들은 회사 일을 마친 밤 시간을 쪼개 앱을 만들었다. 서로 만날 시간도 마땅찮아 인터넷으로 주로 만났다. 2008년 케냐 유혈사태 당시 각 지역의 분쟁 상황에 관한 정보를 블로그에 모아 전 세계에 알리고, 해당 지역에 응급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구호 활동의 기반이 됐던 '우샤히디'를 본떴다. 회원 가입 없이 앱을 다운 받은 사람은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내 아이뿐 아니라 자녀의 친구, 지역 사회 여러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갖는 것이 왕따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며 "가족들이 서로 관심을 가져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앱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