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건국대에서 열린 제일기획의 채용설명회. 노랗고 파란 조명이 휘황찬란하게 무대를 비췄다. 가수가 새 음반을 낼 때 진행하는 '쇼케이스(showcase)' 형식으로 열린 이날 설명회의 첫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회사 임직원이 아닌 대학생 김민식(25)씨. "광고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1000여명의 구직자 앞에서 '제일기획에 기대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씨는 제일기획이 인터넷으로 사전에 진행한 UCC(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 이벤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회사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구직자들이 원하는 회사의 모습까지 공유하자는 취지"라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채용 시즌을 맞아 기업들의 채용설명회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회사 임직원들이 무대에서 딱딱하게 진행하는 대신 비보이 공연·연극·영화시사회 등 형식을 파괴한 설명회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 형식을 파괴한 채용설명회가 확산되고 있다. 가수가 새 음반을 공개하는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된 제일기획 채용설명회. /제일기획 제공
◇형식 파괴한 이색 채용설명회
서울 신촌 소극장에서 열린 삼성물산의 채용설명회에는 전문 연극배우가 등장했다. 건설업 사무실을 배경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연극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회사를 알린 것. 전문 비보이들도 무대에 올라 현란한 춤으로 지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입사 지원자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으로 소풍을 떠났다. 채용설명회 이름은 '꿈을 나누는 가을소풍'. 페이스북에서 선발한 140명의 지원자가 수목원에서 3시간 동안 소풍을 즐기며 각 직군의 선배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이노션 이진형 인사팀장은 "창의성과 소통이 중요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일반 기업과는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설명회 장소 역시 전통적인 대학교 캠퍼스를 벗어나 카페, 영화관, 소극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19~20일에 개최할 '잡캠프(Job Camp)' 장소를 서울 신촌의 문화공간인 '민들레 영토'로 잡았다. CJ그룹은 최근 서울 영등포에 있는 'CGV 타임스퀘어' 극장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어 영화시사회 형태로 각 계열사와 업무를 소개했다.
▲ 버스를 타고 포천 국립수목원으로 ‘가을소풍’ 채용설명회를 떠난 광고회사 이노션./이노션 제공
온라인을 활용한 설명회 개최도 활발하다. GS칼텍스는 4년 전부터 오프라인 채용설명회와 함께 인터넷방송을 통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기 위해 신입사원부터 차장까지 다양한 부서와 연차의 직원을 배치했다"면서 "열심히 참여하는 지원자는 불러서 점심을 사주는 등 학교 선배나 동네 언니처럼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설명회 현장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나 블로그 등을 통해 생중계하는 기업도 많다.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지원자를 챙길 수 있고 온라인 구전(口傳)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브랜드 알리기에도 효과적
기업들의 '인재 구하기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지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이색 채용설명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자칫 딱딱하기 쉬운 채용설명회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만들어 지원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입사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극배우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연기하면서 회사 직무를 소개한 삼성물산 채용설명회. /삼성물산 제공
이색 채용설명회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브랜딩(branding)' 효과도 만만치 않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기업이 모든 지원자를 채용할 수는 없지만 채용설명회를 통해 이들의 마음에 차별화된 이미지와 가치를 부여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딩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호감도나 충성도가 높은 상태여서 브랜딩 효과가 배가된다. 채용설명회가 인재 선발이란 기본 목적뿐 아니라 기업의 조직문화와 비전 등을 젊은 소비자에게 전파하는 창구로 진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보다는 사람이 기반이 되는 기업, 광고·서비스·마케팅 등 이른바 'B2C(고객대상)' 기업들의 이색 채용설명회가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