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년유니온 ‘이력서 한 장’ 분석
올 상반기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채엔 5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역대 최대인 1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만장의 이력서 중 대부분은 휴지통에 버려지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청년유니온이 29일 수없이 버려지는 이력서 한 장 쓰는 데 필요한 공인자격(스펙) 비용을 계산해 봤더니 1인당 평균 4269만원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의 상반기 공채에 몰린 5만장의 이력서에만 2조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최근 한 달간 대학 졸업자 35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 비용은 해외 어학연수나 학원비가 주를 이룬다. 조사에서는 대학 등록금과 서울지역의 전·월세 비용도 포함됐다.
청년유니온 측은 “대학진학률이 90%에 달하고 일반적으로 대학진학 목적이 취업이기 때문에 대졸자들이 이력서 비용에 이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주거비용은 서울에서 대학, 직장에 다니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만 포함시켰다.
2008년 고려대를 졸업한 박상미씨(28)의 이력서 1장 값은 4795만원에 달한다. 4년간 낸 등록금 2700만원에다 영어·일어 어학시험 비용 34만원, 어학시험을 위한 학원비 21만원에 기본생활비 2040만원을 더한 수치다.
박씨는 올 1월 민간단체에 취업해 87만원을 받는다. 한 푼도 쓰지 않고 4년7개월치를 꼬박 모아야 이력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 그는 “취업준비 비용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확인하니까 엄청났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대학 시절 어학연수비로 1000만원을 썼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고도 6개월간 영어 학원비로 60만원이 더 들어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지만 불안정한 신분 탓에 올해 초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왔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데 구직자는 넘치다 보니 스펙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