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임모(30)씨는 최근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적어도 3년은 투자해야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데 학위가 있더라도 교수 명함을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기나긴 시간강사의 길을 걷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반기업에서도 연봉 문제로 인해 박사 학위자를 꺼린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임씨는 그동안 공부에 투자했던 시간이 아까웠지만 공부 대신 취업을 결정했다.
그는 “상반기에 입사 원서를 몇개 회사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1만명 시대를 맞아 임씨와 같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2010년 국내 대학 박사학위 취득자가 1만542명으로 국내대학에서 박사 과정이 시작된 이래 처음 1만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이보다 1000명이나 더 많은 1만1645명의 박사가 배출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비를 들여가며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과잉공급으로 인해 취업률이 낮아지는 등 박사학위 소지자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1990년 2491명이었던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지난해 1만1645명으로 20년 만에 4.7배로 증가했다. 2001년 6221명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로 증가한 셈이다. 박사학위 소지자 증가에는 2001년 905개였던 국내 대학원 수가 2011년 1168개로 260여개나 더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박사학위 소지자가 늘어난 만큼 교수직이나 취업 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백수박사’가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1년 88.1%였던 박사학위 소지자의 취업률이 지난해 69.1%로 급격히 떨어졌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국내 대학의 박사학위자 중 절반가량은 기존에 직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커리어 개발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라며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취업률은 40~50%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박사학위자의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들의 무분별한 대학원 설립을 막는 한편, 고급 인적자원의 활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