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를 졸업한 ㄱ씨(26)는 지난 8일 서울대 총동창회가 보낸 ‘2012 서울대인명록’ 택배를 받았다. 국어대사전 뺨치는 두께의 책자 3권으로 구성된 서울대인명록은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시절 졸업생부터 ㄱ씨를 포함한 최근 졸업생까지 33만여 졸업생들의 이름·직업·주소·연락처를 망라하고 있었다.
크기에 놀란 것은 잠시 뿐이었다. ㄱ씨는 15만원이 청구돼 있는 지로영수증을 발견했다. 지난달 총동창회에서 ㄱ씨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록을 만들었는데 받아보시겠느냐”고 물었을 때만 해도 듣지 못한 금액이었다. ㄱ씨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에 공짜로 받는 건가 싶어 받아 보겠다고 했다”며 “반송하기도 번거롭고 처치 곤란인 상태”라고 말했다.
ㄱ씨가 더 불쾌한 일은 따로 있었다. 졸업 후 동창회비를 한 번도 납부하지도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인명록에 사용하라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총동창회가 만든 인명록에 ㄱ씨의 한자이름과 집 주소, 연락처가 고스란히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인명록에 내 인적사항이 동의 절차 없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도 총동창회가 보낸 인명록 택배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졸업생은 “보내준다고 하는 전화도 없이 그냥 보내고 돈을 내라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적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작년에 전화 왔을 때 사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했는데도 택배를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관계자는 “업무 협조 차원에서 총동창회에 전체 졸업생 명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인적사항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면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총동창회 관계자는 “원치 않으면 즉시 무료 반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과 주소, 연락처에 대해 일일이 확인작업을 거쳐 10년 만에 인명록을 업데이트한 것”이라며 “인명록 판매는 장학기금 조성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