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서 이기기만 하면 그만" 학생들 아무런 죄의식 없어</h3><div class="par" style="margin-top: 0px; margin-right: 0px; margin-bottom: 0px; margin-left: 0px; padding-top: 0px; padding-right: 0px; 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
부산의 A대 4학년인 정지원(가명·27)씨는 작년 11월 교내 영어 시험에서 영어 강사를 고용해 대리시험을 치렀다. 이 학교는 교내 영어 시험(990점 만점)에서 550점 이상을 받아야 졸업 자격을 준다. 영어에 자신이 없던 정씨는 부산 시내 유명 어학원의 강사를 소개받아 대리시험을 치르고 졸업 자격을 얻었다. 정씨는 "내 주변에만 영어 강사를 통해 대리시험을 치른 사람이 10여명은 된다"며 "정식 토익·토플 시험도 아니고 교내 시험이라서 신분 확인이나 시험 감독이 허술해 영어 강사들이 대리시험을 봐주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졸업·취업 위해 죄의식 없이 대리시험 치러
서울의 명문 B대를 졸업하는 오명석(가명·27)씨는 2006년 입학 후 회계학이나 통계학 등 어려운 전공과목은 공인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는 친구나 선배에게 부탁해 모두 대리시험을 치렀다. 오씨는 작년 12월 기말고사에서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선배에게 부탁해 대리시험을 치러 평균 A 학점 이상의 높은 학점을 받았다. 오씨는 "취업 때문에 학점 등 스펙이 중요하다 보니 다들 별 문제의식 없이 대리시험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매년 졸업 시즌이 다가오는 12월이면 대학가에는 대리시험을 치르는 일이 빈발한다. 토익·토플 시험처럼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가 없고, 학점이나 졸업 자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취업을 앞둔 예비 졸업생들이 쉽게 대리시험을 선택한다.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리시험 성행
학교 측의 허술한 시험 관리·감독도 대리시험이 성행하는 이유다.
B대 대학원 조교 최모(28)씨는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대형 강의의 경우 조교 1~2명만으로 철저한 감독과 신분 확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생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죄의식 없이 대리시험을 치르지만, 이 같은 행동은 엄연한 처벌 대상이다. 서울대는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학칙에 따라 근신이나 정학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2회 이상 적발되면 퇴학 조처를 내릴 수도 있다.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유명 사립대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본인의 대리시험만이라면 학교 선에서 처벌해도 되겠지만, 브로커와 강사까지 낀 조직적인 행위라면 학교의 성적관리 등에 관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남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용납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 학생들이 죄의식 없이 대리시험을 치르는 것"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부정행위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