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시위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대학 개혁 논의는 결국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로 수렴된다. 사립대학의 비중(학교 수 기준)이 86%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구성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압도적인 사립대 비중과 뿌리깊은 대학 서열화 풍조는 결국 10개교 남짓의 서울지역 사립대들이 전체 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는 독과점 구조를 불러왔고, 국ㆍ공립대마저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83%로 사립대 인상율 57%보다 크게 앞섰다.
한 대학입시 전문가는 "1970년대 말 부산대 상대 합격자의 평균 성적은 고려대 정경대나 연세대 영어영문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사회 전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지방의 명문 국ㆍ공립대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런 결과에는 교육당국의 어설픈 대학 구조조정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2000년대부터 추진한 대학 구조조정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지방 국ㆍ공립대에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숫자가 적은 국ㆍ공립대와 지방대의 지위가 급전직하한 것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수도권에서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되며, 수도권 전철 통학권에 대학이 위치하느냐가 입학 경쟁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다수의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낮은 등록금을 내고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ㆍ공립대를 육성해 학생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것이 대학의 수도권 집중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계 상황에 처한 대학을 과감히 정리하는 동시에 비수도권 시도별로 거점 국ㆍ공립대를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처지가 어려운 지방 인재들이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지불하며 수도권 대학 진학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국공립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면 가계와 대학생의 부담 감면, 지역역균형발전, 학벌 서열구조 완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공립대 무상 등록금'주장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현실화 방안에 대해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무상이 어려우면 반값 등록금을 지방 국ㆍ공립대부터 실현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ㆍ공립대학의 연간 총 등록금은 1조7,000억원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국가가 8,000억원 가량을 지원하면 되는데, 기존의 국가 장학금 지원 규모 등을 감안하면 기대 효과에 비해 추가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향후 한계 대학의 구조조정에서도 국ㆍ공립대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정부가 올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게 되는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을 50개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들 대학의 재학생을 인근 국ㆍ공립대에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중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강원대 총장)은 "분산돼 있는 국ㆍ공립대의 결합을 통해 거점 국공립대를 집중 육성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계 사립대학도 인수합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