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업적평가 ‘확 바뀐다’
교과부 ‘친산업적 교원인사 개선방안’ 여파는
교수 평가서 산학협력 실적 반영비중 높아져
신규 교수임용 때도 산업체 경력 우대 받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대학 교원인사제도 개선방안’은 교수의 연구실적 만큼 산학협력 실적이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교과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만큼 현실화 될 경우 대학 교원인사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교육·산학 등 평가유형 선택=교과부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교수들이 자신의 강점에 맞는 평가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교육중점 △연구중점 △산학협력중점 등의 트랙 가운데 하나를 택해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간 연구중심으로 쏠려있던 교수 평가 방식의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교과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교수별로 업적평가 유형을 선택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B사립대의 경우 산학협력 트랙을 선택하면 산학협력 항목의 반영비율이 40%로 높아진다. 그간 교수업적평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교육(30%)·연구(20%) 비중보다 산학협력 실적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물론 각 평가영역별 반영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는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다만 교과부는 이런 사례 제시를 통해 대학에서 산학협력 실적이 많은 교수가 우대받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에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방침이다. 어떤 활동을 산학협력 실적으로 규정하고, 산학협력 실적을 어떻게 환산, 반영할 지에 대해서다. 교과부 최은옥 산학협력관은 “특허등록·기술경영지도 등을 산학협력 영역으로 규정하고, 산학협력 실적에 대한 평가지표 예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CI 논문 1편을 100점으로 봤을 때 기술이전 1건의 점수는 57.4점에 불과하다. 교과부 예시안에선 양쪽의 점수가 거의 균등하게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대학에선 산학협력 실적이 개량화 된 지표로 교수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산업경력 연구실적 대비 70% 이상 반영=아울러 교수 신규 임용 시에도 산업체 경력이 반영된다. 이는 산학협력에 일찍 눈을 뜬 일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교과부는 대학가 전체로 이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공대 졸업자가 제조업 등 관련분야에서 재직했을 때만 경력이 인정됐다. 하지만 이제부턴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 분야까지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체 경력의 연구실적 환산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007년 7월 개정된 ‘교수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산업체 경력의 연구실적 환산율은 70~100%다. 그러나 현재 이를 준수하는 대학은 54.3%에 불과하다. 상당수 대학이 개정 이전의 환산율(30~70%)을 적용하고 있는 것. 최은옥 산학협력관은 “향후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 시 교수 업적평가 등에서 산학협력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지를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정보공시 항목에 산학협력 실적을 포함시킨다. 교과부는 △산학협력중점교수 현황 △교수 임용 시 산업체 경력 반영비율 △교수 재임용·승진 시 산학협력 실적 반영비율 등을 정보공시 항목에 추가할 예정이다. 오는 6월 말까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교과부 계획이다. 이럴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정보가 공시될 수 있다.
정보공시 항목에 포함되는 것과 동시에 대학 인증평가 등에서도 산학협력 실적이 주요 지표로 등장할 전망이다. 교과부는 이번 개선방안에서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 확보율과 산학협력 실적 등을 평가 준거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체 경력을 가진 전임교원이 얼마나 되는지, 대학이 거둔 산학협력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지표화 해 대학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기업 CEO 출신 산학교수로 활용=대학 교수 가운데 기업 CEO 출신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개선안에서 교과부는 ‘산학협력중점교수(이하 산학중점교수)’를 올해 220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학중점교수의 모델은 산학협력이 활발한 일부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양대의 ‘연구지원형’은 현장 전문가를 전임교원으로 채용한 사례다. 이들은 대학에서 기술개발이나 기술이전으로 남다른 공을 세우고 있다.
호서대는 ‘교육지원형’으로 분류된다. 기업 CEO 출신이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을 강의한다. ‘벤처에 강한 대학’이란 슬로건을 내건 만큼 창업교육을 CEO 출신에게 맡긴 것이다.
울산대는 취업지원형이다. 대기업 전 임원 30명을 교수로 채용, 학생들의 장기 인턴십을 지도하게 한다. 대학과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별로 이들을 책임교수로 지정, 취업지원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제5단체의 추천을 받아 산학중점교수로 임용 가능한 ‘경력자 풀’을 마련한다. 최 산학협력관은 “산업현장에서 퇴직한 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기업 CEO들이 제법 있다”며 “이들을 영입하면, 대학과 기업 간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