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대학의 비전을 말한다>
“‘글로벌 5-5-10’ 목표… 연구·교육·봉사 혁신 선도할 것”
김 한 중 연세대학교 총장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2-24 14:00
▲ 김한중 연세대 총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캠퍼스의 총장 집무실에서 ‘연세인의 사립(私立)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우리나라 사학의 양대 명문 중 하나, ‘신촌 독수리’ 연세대학교의 김한중(62) 총장을 만났다.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캠퍼스에는 아직 본격적인 봄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따스한 햇살이 뺨을 간지럽히며 계절의 변화를 완연히 알리고 있었다. 졸업생(과거)을 보내고, 신입생(미래)을 맞을 준비를 하는 대학가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연세대는 지난해 5월 개교 125주년을 맞았다. 지난 1885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 개원으로 시작된 연세의 역사는 오는 2015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문을 열 국제캠퍼스와 더불어 개교 130주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뒤늦은 생일축하였지만 개교 인사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2010년 개교 125주년을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다시 1년이 돼 가는데요, 당시 선언했던 목표의 진척상황을 알려주십시오.
“지난해에는 창립기념식을 비롯해 졸업 25·35·50주년 재상봉, 글로벌 문화축제 등 다양한 축하행사를 열었습니다. 앞으로 연세대는 연세비전 2020 ‘앞선 연세, 최고의 대학(the First and the Best)’을 달성하기 위해 교육, 연구, 봉사는 물론 대학행정 혁신도 선도적으로 해나갈 겁니다. 연구분야에서는 나노바이오분자집합체(화학), 나노마이크로응용기계기술(기계공학) 등 5개 부문에서 향후 5년 내 세계 10위권 안에 들자는 ‘글로벌 5-5-10’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미 권내에 든 부문도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정상급으로 발돋움할 기술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역사가 길어서인지 한번 자랑을 시작하니 끝이 없을 성 싶었다. 너무 과거 이야기만 끄집어낸 것 같아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기로 했다.
―인천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세우고 있는데, 왜 송도인가요? 그리고 국제캠퍼스가 뭔가요?
“인천 송도는 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곳입니다. 연세의 출발점이 된 그곳에서 다가올 몇 세기를 내다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국제캠퍼스는 신촌 본교의 연장으로 레지덴셜(Residential) 칼리지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학업과 생활이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국내 학생뿐 아니라 중국·일본·구미 등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영어 공용화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영어 강의에 머물지 않고 교육 전반, 연구와 행정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선별적·순차적으로 적용할 생각입니다.”
2008년 11월 기공식을 가진 송도 국제캠퍼스는 지난해 2월 1단계로 8개 동의 국제캠퍼스를 완공하고 2012년 10월 2단계, 2013년 3단계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묵직한 주제로만 이야기를 이어가자 안그래도 진지한 타입인 김 총장의 목소리와 행동이 더욱 무거워졌다. 화제를 바꿔보려고 대학스포츠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 그는 1994년부터 3년간 연세대 농구부장을 맡았다. 예상대로 운동 이야기가 나오자 김 총장의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에 열이 올랐다. 내친 김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추진 중인 중·고교 스포츠클럽 육성에 관한 견해도 물어봤다.
“제가 농구부장으로 있던 3년이 연세대 농구의 전성시절이었죠. 우지원, 서장훈 선수를 앞세워 점보시리즈 무패로 전승하던 때입니다. 힘은 들었지만 좋은 선수들이 연세대 오고 싶어하는 걸 보면서 즐겁게 일했습니다. 운동만 말고 공부 한번 시켜보자 생각하고 중학교 때부터 볼만 만지던 아이들에게 개인별 튜터도 붙여봤어요. 그런데 한 달은 흥미롭게 하다가 너무 힘들게 훈련하니까 졸고, 기초가 없어 졸고, 결국 안 되는 거예요. 학원스포츠에 문제가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엘리트 체육과 사회 체육 둘 다 문제입니다. 엘리트 체육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소화할 경기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재작년에 축구, 작년에는 농구를 대학리그제로 전환시켰죠. 사회 체육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외국에서도 중요시하는 분야입니다. 축구, 야구 같은 단체종목에서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 내 스포츠클럽 활성화도 교과부 장관에게 말씀드린 사안입니다.”
최근 사학법 개정과 대학재정 안정화에 관한 보수-진보 간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면서도 사학에 일정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총장의 아이디어는 뭘까.
“최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립학교법인협의회 안을 반영한 건데요, 총장들이 보기에 문제조항도 많습니다. 교비·법인회계 통합 같은 구석이죠. 지난해말 사립대 총장들은 3가지를 건의하자고 의견일치를 봤어요. 첫째 사학의 정부 재정지원이고, 둘째 대학평의회를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화하자, 셋째 개방이사는 선임하되 각 대학 정관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재정에 관해서인데요, 대학생 연평균 등록금이 800만원 내외인 데 비해 172개 4년제 대학의 1인당 교육비는 1056만원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는 고등교육 재원으로 등록금 외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선진국은 대부분 국립이지요. 사립이 대학교육의 근간을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달라요. 등록금상한제를 밀어붙이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이해하지만 대학의 재정을 든든하게 해줄 제도보완이 필요합니다. 대학 수익사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특히 산학협력단 외부용역 연구비 중 간접비를 대학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기부금도 더 쉽게 걷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중국도 대학측이 1억위안의 기부금을 모아오면 정부가 매칭펀드로 1억위안을 줍니다.”
연세대는 외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병원에서 출발했다. 기독교 정신은 공유와 나눔, 협력과 봉사가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는 요즈음 더 주목받고 있다. 연세인의 기독교 정신을 접목해 앞장설 점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다음주에 졸업식사(辭)를 합니다. 학생들에게 주는 연세대의 마지막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 곁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입니다. 연대생은 서울 서대문구청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에게 1대1 매칭으로 주 6시간씩 교습을 해주고 있습니다. 원주캠퍼스 학생들은 1군사령부 군인자녀들에게 인터넷 과외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교과과정 봉사 커리큘럼에 40여개 과목이 개설돼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립(私立)정신’이라 부릅니다. 국가나 사회에 기대기 전에 자신이 당당히 일어나 주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 총장은
▶1948년생 ▶1974년 연세대 의과대학 ▶198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보건대학원 박사 ▶1997년 연세대 농구부장 ▶2002년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2006년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 ▶2008년~연세대 총장 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회장
인터뷰=노성열 차장(사회부)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