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인증평가 ‘기대보단 우려’
“컨설팅 여부 평가결과에 영향 주나” 지적에
대교협 “인증평가와 컨설팅 별개 진행” 일축
“정보공시·자체평가에 인증까지 받나” 회의도
향후 대학 인증평가를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학 컨설팅사업 계획이 대학가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6~18일 제주 칼호텔에서 열린 전국대학평가협의회 춘계 워크숍에 참석한 이영호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은 ‘대학인증평가의 주요 내용과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원장은 발표 자료를 통해 “대학 인증평가의 평가비용을 대학이 부담해야 하고, 컨설팅을 원할 때 추가비용 부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컨설팅 받으면 평가 잘 받나” 의심=이를 두고 대학들은 “대교협 컨설팅 여부가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의 한 평가팀장은 “대교협이 대학 컨설팅을 제안했는데, 아무래도 컨설팅 참여 대학에 직·간접적인 이점이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사립대 평가팀 관계자도 “인증평가나 컨설팅 모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평가비용만 부담한 대학 보다는 컨설팅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한 대학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교협도 대학들의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영호 원장은 “대교협이 인증을 전제로 대학으로부터 비용을 받고 컨설팅을 해준다는 시비가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컨설팅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학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교협은 인증평가와 컨설팅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영호 평가원장은 “인증평가와 컨설팅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며, 평가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인증평가 후 평가 보고서를 해당대학에 제시해 주고, 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컨설팅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대학에서 해당 보고서를 받아보고 컨설팅을 받아보자고 판단, 이를 신청을 해오면 해당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의미”라며 “컨설팅은 인증평가를 받은 뒤 사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교협이 구상하는 컨설팅은 뭘까. 이영호 원장에 따르면, 컨설팅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인증 조건이 안 되는 대학에 대해 이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제시해주거나, 발전을 희망하는 대학에 대해 강점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교협 컨설팅 기대 반 우려 반=이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이성범 한양대 평가감사팀장은 “외부 컨설팅사 보다는 각 대학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대교협 컨설팅이 대학에는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용측면에서도 외부 컨설팅에 드는 비용보다는 대교협 컨설팅 비용이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억 원 이상이 드는 외부 컨설팅 보다는 많아야 수천만원 선에서 비용이 결정될 대교협 컨설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 지방 사립대 평가담당자는 “대교협이 추가 비용을 받아 컨설팅 사업을 하는 게 수익창출을 목적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영호 원장은 “컨설팅은 궁극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컨설팅 비용도 평가위원들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최소한이 될 것이다. 만약 대교협이 컨설팅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회원인 대학들이 가만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학 인증평가의 필요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교협에선 인증평가 시 평가준거의 2/3은 정보공시 자료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학 인증평가에 대한 회의론도=부산지역 한 사립대 평가팀장은 “현재 정보공시제와 자체평가를 통해 대학들이 변화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인증평가를 통해 탈락할 대학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소수의 대학을 가려내기 위해서 모든 대학이 인증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사립대 평가팀장도 “대교협 인증평가가 2주기 대학종합평가(이하 대종평)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지역 사립대 평가팀장은 “대종평은 말 그대로 대학에 대한 평가였지만, 인증평가는 회원대학이 인증신청을 하고 신청한 내용을 대교협에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최소 충족요건을 너무 높게 잡았을 때 수도권에 비해 지방대학이 불리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소 충족요건 가운데 교지확보율이 아닌 교사확보율이 제시됐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교지가 부족한 수도권 대학엔 혜택이 가고, 지방대는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주기 대종평 때 나타난 문제점이 재연될 가능성도 지적됐다. 부산지역 사립대 평가담당자는 “대종평 때 현지평가가 이뤄지면 각 대학에선 평가위원들의 인맥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며 “정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런 노력들이 일정부분 평가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교협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평가위원 간 평가결과를 조율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해명이다. 이영호 원장은 “평가위원들이 모여 자기가 평가한 내용을 발표하고, 편차를 조율하는 과정을 신설했다”며 “이런 부분을 거쳐 평가위원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부분은 낮추고, 낮게 평가된 부분은 높이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대교협은 정부로부터 대학 인증평가 기관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4년제 대학 평가기관으로 유일하게 대교협이 신청서를 냈고, 교과부도 4년제 대학은 대교협이, 2~3년제 대학은 전문대교협이 평가를 맡게 될 것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학들이 대교협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