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반대공대위 ‘학내투표’ 촉구
“법인화 여부 학내 구성원 동의 얻어야” 주장
정부·대학본부 법인화 당위론 조목조목 반박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에 법인화 추진 중단과 법인화에 대한 학내 찬반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전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부가 법인화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심대하게 위배했다”며 “지금이라도 (법인화 여부를) 학내 투표에 부쳐 구성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공무원노동조합·대학노조서울대지부·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등이 참여하고 있는 공대위는 이날 A4지 8쪽에 해당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 정부와 대학측의 법인화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공대위는 “한국의 대학교육 재정이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이유는 정부가 떠맡아야할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책임을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에 전가시켜 왔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재정확충 책임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전체 대학 중 겨우 20%에 해당하는 국립대들을 법인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인화가 돼야 대학이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잠재력과 특성을 살려 마음껏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대가로 대학운영에 개입, 대학이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제하고, 대학운영 평가에 기초해 대학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학본부에는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 지방 국립대로 가야할 재정지원 몫까지 가로채는 게 서울대가 할 만한 일인가”라며 “서울대는 다른 대학과 윈윈(win-win) 관계로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인화에 나서기 보다는 다른 대학들과 연대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인화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공대위는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은 대폭 인상될 것이며, 사립대학들 역시 덩달아 등록금을 올릴 것”이라며 “가난한 집안 학생들의 대학 진입이 훨씬 어려워지고, 이른바 ‘일류대학’들은 갈수록 더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고급인력양성소로 변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인화 따라 수익사업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학의 사회적 기능이 퇴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대위는 “법인화의 효과는 대학으로 하여금 돈벌이를 통한 재정 확충에 목매달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며 “대학의 연구․교육마저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평가돼 대학의 학문 체제가 응용·실용학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능적·실용적 지식을 중시하는 쪽으로 대학의 학문이 변질, 정부 정책을 감시·비판하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퇴보할 것 주장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2-23 오후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