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총장 시대 ‘연임’이 늘고 있다
최근 1년간 한국외대 등 10곳 이상 재선임
장기적 안목으로 대학 발전 이끌도록 배려
최근 각 대학 총장들의 재선임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대 흐름과 더불어 총장의 역할이 ‘학자’에서 대학의 면면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행정가·경영인’으로 변화되면서 한 사람이 장기적인 비전·안목을 가지고 일관되게 학교 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 잘하는 총장의 중임은 대학 발전을 가속화할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 현 총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대학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각 대학, 잇따라 총장 재선임
최근 들어 각 대학의 총장 재선임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1년여간 현 총장이 재선임된 대학은 경원대·덕성여대·대진대·서울여대·성결대·한국외대 등 10곳 이상이다. <표 참조>
이에 따라 지난해 2월에는 부구욱 영산대 총장·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3월에는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8월에는 이길여 경원대 총장, 9월에는 오장원 광주여대 총장, 12월에는 김윤배 청주대 총장 등이 또 한 번의 임기를 시작했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이천수 대진대 총장을 기점으로 다음 달에는 박철 한국외대 총장·정상운 성결대 총장, 4월에는 이남식 전주대 총장이 새 임기를 맞는 등 각 대학의 총장 재선임 움직임이 활발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재선임된 총장 중에는 대학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연임된 총장도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철 총장은 한국외대 역사상 첫 연임이라는 기념비를 세웠고 부구욱·이광자·이남식 총장 역시 대학 개교 이래 최초로 세 차례 중임하며 장기간 학교 발전에 힘쓰고 있다.
전주대 관계자는 “전주대가 개교한 지 4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총장이 3번까지 연임한 경우는 이남식 총장이 처음”이라며 “시대 흐름과 함께 최근 각 대학에서 총장의 연임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보다 많은 대학에서 총장들의 연임이 보편화되고 횟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유능한 총장 재선임은 대학 발전에 긍정적”
이처럼 총장들의 재선임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역량 있는 리더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교 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수립부터 실현까지의 전 과정을 한 총장이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게 대학 발전에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서울 한 대학 총장은 “캠퍼스 조성, 학과 신설 등 대학 발전 계획 대다수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그러나 겨우 성과가 나타날만 하면 어느새 임기 말이고, 신임 총장은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전 총장이 진행해 왔던 일에는 관심을 쏟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 4년마다 반복된다면 대학 발전은 ‘되다, 말다’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필 한국외대 홍보실장 역시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라 오늘날 대학은 기업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총장은 뛰어난 역량·리더십으로 무장하고 학교의 생존·발전을 위해 쉴 새 없이 뛰고 헌신해야 하는 대학 운영의 핵”이라며 “이에 따라 많은 총장들이 전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뛰어난 역량과 열정을 지닌 총장이 단기 재임하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며, 대학의 장기적인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선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선임에 앞서 대학 구성원들이 현 총장의 업적·과실 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토록 하고 이를 적극 반영해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총장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재선임했을 경우 오히려 대학 발전에 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표 없이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을 바로 임명하는 대학은 구성원들의 평가를 반드시 반영해 투명하게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의 모 대학 교수평의회장은 “재선임에 앞서 총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학의 발전이 아닌,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재선임될 만한 능력·열정을 갖고 있는지, 지난 임기 때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대학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등을 면밀하고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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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은 총장 단임제 … “연임허용 바람직”
-이화여대 경우 임기중 정년 맞을 땐 연임 못해
총장들의 재선임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단임제를 고수하며 제도적으로 연임을 제한하는 대학들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역량 있는 총장의 장기 재임은 대학 발전에 이롭다. 연임에 대한 규제·제약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완화·폐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대다수 대학들은 총장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연임에도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사립학교법에서도 재선임 관련 규제가 전면 완화, 역량 있는 총장의 장기 재임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국공립대 역시 연임에 대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53조 3항에 따르면 사립대 총장의 경우 기본 임기는 4년이지만 계속해서 연임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연임에 제한이 없다”며 “지난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에는 ‘대학 총장의 임기는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2007년 7월부터는 중임 횟수에 제한이 없는 것으로 개정됐다. 연임에 법적 제한이 없는 것은 국공립대 총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 규정을 만들어 연임에 제약을 두는 대학들도 있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임기 중 정년을 맞게 경우 연임이 불가하고 성결대·충주대 등은 총장 임기를 단임제로 제한해 놨다. 성결대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정상운 총장이 취임한 뒤 이사회에서 연임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규정은 정 총장 후대부터 적용된다”고 밝혔고 충주대 교무과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총장 임기를 단임제로 운영해 왔고 현재로서는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대학들의 연임 제한과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의 예를 들어 총장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발간된 이기준 서울대 전 총장의 <서울대가 변해야 교육이 산다>에 의하면 미국 주요 대학들의 최근 총장 5명의 임기는 버클리대 7.2년, 스탠퍼드대 9.6년, 미시간대 10.5년, 하버드대 21년 등으로 서울대의 2.6년에 비해 최대 8배 이상 길었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선진화된 총장 선출·운용 제도에 있다. 하버드대의 최근 150년간 총장 일인당 평균 재임 기간은 20년에 달한다”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총장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선발해 장기간 재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총장의 리더십이 성숙하고 무르익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한 대학 교무처장은 “연임에 대한 제도적 규제로 뛰어난 총장을 놓쳐 버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면 장기 재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며 “그러나 총장으로서의 자질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임기를 단축시킬 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