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렌지로 차세대 광소자를 만든다?”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대학교 이승희 교수팀(JBNU-KIST산학연융합학과·나노융합공학과·고분자나노공학과)의 김민수 연구교수(나노융합공학과·BK21-FOUR나노융복합에너지혁신소재부품인재양성사업단)가 전자렌지와 동일한 원리인 마이크로웨이브를 활용해 탄소나노점을 손쉽게 합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UV-Vis 스마트윈도우와 자외선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액정 디스플레이 소재로 널리 쓰이는 5CB 단분자 액정을 전구체로 사용해 3~4분씩 약 20회 마이크로웨이브 사이클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분자가 탄화되며 수 나노미터 크기의 탄소나노점(Carbon Nanodots, CNDs)이 합성되었고, 이를 별도의 후처리 없이 그대로 액정 내부에 적용해 광셔터형 스마트윈도우와 UV 센서로 구현했다.
기존에는 탄소나노점 합성 후 추출량이 극히 적고, 다른 소재와 잘 섞이지 않아 응용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성과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탄소나노점을 다양한 소자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탄소나노점은 양자점(Quantum Dot)과 마찬가지로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해 다른 파장의 빛을 발광하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양자점과 달리 합성이 간단하고 원재료가 흔한 유기물이며,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고 안정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다만 수율이 낮고, 섞이는 소재나 용매에 따라 발광 특성이 다르며, 잘 섞이지도 않아 소자 응용이 까다로운 점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5CB를 전구체로 선택해 단순하고 균일한 구조의 탄소나노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합성된 나노점은 비등척성(타원형) 구조를 가지며, 편광된 파란빛을 발광하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UV 흡수 특성이 방향성에 따라 달라 전기장을 통해 분자 정렬을 제어함으로써 UV·가시광선 투과 조절 및 UV 센서 기능 구현이 가능했다.
김민수 연구교수는 “마이크로웨이브 합성 후 후처리 없이 곧바로 응용할 수 있어 공정이 매우 간단하다”며, “기존 UV 제어 장비가 수백~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장치인 반면, 이번 기술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소재를 합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파테카리 망게시 데벤드라 박사과정생, 라마다스 아르차나 박사과정생이 참여했으며, 교육부 BK21-FOUR 나노융복합에너지혁신소재부품인재양성사업단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소재 포함 다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19)』 최신호에 “Photoluminescent UV Light Modulation via Anisometric Carbon Nanodots for UV–Visible Shutter and UV Sensor”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