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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교수 저서, 우수 학술도서 선정
홍보부 | 2012-05-14 | 조회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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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 방언 '폭폭허다'를 '답답하다'로 바꾸면 뜻이 달라져요. 방언이 사라지면 섬세한 뉘앙스를 표현 못해 고통 받습니다."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방언은 언어의 보물창고"라며 "표준어와 대비해 비하하지 말고 풍요로운 언어 생활을 위해 '공통어'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이같은 지론을 담아 지난해 펴낸 '전라북도 방언 연구'가 대한민국 학술원에 의해 최근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됐다.
책자는 전북이 고향인 채만식과 윤흥길, 최명희의 소설에 나타난 일상어와 방언들을 짚어보며 이들 어휘가 작품의 깊이와 둘레를 얼마나 두텁게 넓혔는지 일깨우고 있다. 그는 2010년 출간한 '문학 속의 전라 방언'에서도 시와 소설에 방언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연유를 충실히 설명해주고 있다.
"할머니 품에서부터 듣고 자라 쉽고 편안한 게 방언입니다. 문어체의 표준어가 오히려 낯선 때가 많아 어느 나라 언어든 표준어와 방언이 섞일 수밖에 없어요."
표준어 사전은 '꼬맹이'나 '소가지' '알랑방귀'를 비속어나 전라 방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이들 어휘는 자연스러운 '입말'로 문화의 건강성과 다양성의 지표가 된다"고 했다. 그는 "표준어는 중부 방언일 뿐인데도 '단수표준어' 정책은 다른 방언들을 폄하했다"며 "지역어 고유어 민속어 유행어 비속어 등 다양한 어휘가 모여 한국어는 성립된다"고 말했다.
전주 출신으로 한국방언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석사 논문을 쓰며 방언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 때부터 전북 각지의 장터와 양로원들을 찾아 일상어 속 방언들을 채록했고 지금도 제자들과 매년 수 차례 방언 답사에 나선다. 그는 국립국어원의 '한민족 언어정보' DB 구축에도 10년간 참여, 남·북한 및 해외 방언들을 집대성했다. 이 DB에선 '개구리'만 50여개의 방언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는 언어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표준어와 방언 사이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0만 어휘를 수록할 한국어지식대사전에 방언 8만개를 실을 예정이다.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은 50만 어휘를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살아 있는 많은 구어와 방언이 공통어로, 복수표준어로 정립되면 21세기 문화의 시대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북 중부의 방언은 된소리·거센소리가 많은 전남 방언보다 부드러운 충남 방언에 가깝다고 했다. 본고장 판소리의 영향까지 받아 장단과 가락이 있는 게 전북 방언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방언을 알면 마을과 도시의 역사, 공동체 문화 전통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전라북도 방언 연구'는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면서 학술원이 구매해 전국의 대학과 도서관에 보낸다. 이 교수는 "앞으로 '포도시' '솔차니' '겁나게' 등 지역에서 즐겨쓰는 방언들의 유래와 변천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문화적 배경을 정리하는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13/20120513016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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