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가 2014년 개교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한 ‘가람 이병기 전집’ 총 30권의 간행 사업이 최근 마무리 됐다. 장장 11년 간 이어진 대장정이 마침내 완간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전북대는 이 대장정의 마무리를 지역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2월 12일 오전 11시 전북대 인터내셔널센터 동행홀에서 양오봉 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 및 간행위원회 관계자, 주요 내빈 및 언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완간 기념식 및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근현대 최고 국학자 겸 시조 시인이자 전북대 교수를 지낸 가람 이병기 선생은 윤동주와 함께 유일하게 변절하지 않은 항일 문학가로,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인물이다. 민족의 사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업적을 총망라하여 이룬 11년 만의 전집 발간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이 사업은 2014년 전북대가 주최하고, 가람전집간행위원회(위원장 김익두)가 주관하여, 가람문학을 전공한 이경애 박사와 호원대 유화수 교수, 강원대 김민희 교수, 서울대 황재문 교수 등이 함께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김익두 교수의 퇴임에 따라 전북대에서는 한창훈 교수(사범대학)가 공동으로 간행위원장을 맡아 사업이 진행됐다.
사업비는 전북대가 1억9,500만 원, 전북특별자치도가 4,500만 원, 전주시가 8,000만 원, 익산시가 7,500만 원을 지원해 총 3억 9,500만 원 규모로 추진됐다. 이는 전북대를 중심으로 지역 전체가 뜻을 모아 이뤄낸 성과로, 지역 역사상 가장 큰 문학 및 국학 분야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전집 간행 작업은 문학 부문 10권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진행됐다. 특히, 49권 분량의 ‘가람일기’ 중 한문 행초서로 기록된 1~3권의 탈초·번역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신문·잡지에 실린 가람 선생의 글 속 오탈자와 판독 불명 글자 문제로 작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간행·편집위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 2021년 12월, 총 30권 중 10권을 간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사업비가 고갈되면서 이후 20권의 간행이 난관에 부딪혔다. 당초 15권 분량으로 예상했던 작업이 진행 과정에서 30권으로 늘어나면서 예산 부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2022년 전주시가 추가로 5,000만 원을 지원해 15권을 간행할 수 있었다. 이후 2023년 한 해 동안 나머지 15권의 간행비 마련이 어려워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4년 전북대 양오봉 총장이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등과 협의를 통해 1억 1,500만 원의 지원을 이끌어냈고, 마침내 전집 16~30권이 간행됐다.
이 전집은 가람 선생의 문학(시/시조·수필·일기 등) 분야 10권과 국문학 저스들을 중심으로, 국어학, 구비문학·민속학, 서지학, 교육학, 역사학 등 학술논문·평론, 친필·사진 및 기타 자료, 색인 등이 포함되는 2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 면에서 여타의 전집에 비해 월등하다. 같은 시대 유명 국학자이자 문학가인 육당 최남선 전집이 15권, 춘원 이광수 전집이 20권, 만해 한용운 전집이 6권 정도다. 내용 면에서도 국어학, 국문학, 국사학, 교육학, 서지학 등 우리나라 국학 인문학 전역에 걸쳐 있다.
양오봉 총장은 “이번 전집 완간은 전북대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한국 문학과 국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며 “이를 통해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적‑학술적 유산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